상속·증여세 연내 인하 안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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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와 여당이 국회에 계류 중인 상속·증여세 인하 안을 올해 처리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기업들에 대한 임시투자세액공제 혜택을 더 이상 연장하지 않거나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올해 말 혜택이 종료되는 신용카드 소득공제의 조정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에 들어갔다. 서민과 영세자영업자의 의료비·교육비 공제 혜택을 높여주는 방안도 강구키로 했다.

한나라당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4월까지 재정적자만 10조원에 달한다”면서 “세수를 자꾸 줄이는 게 능사가 아닌 데다 상속·증여세는 그렇게 급하게 줄일 필요가 없다는 데 당정 간에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상속·증여세를 현행 10~50%에서 2010년에 6~33%로 인하하는 세법 개정안을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해 놓은 상태다.

당정은 대신 법인세와 소득세는 예정대로 인하하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법인세는 내년에 과세표준 2억원 초과 구간의 세율이 22%에서 20%로, 2억원 이하 구간은 11%에서 10%로 각각 내려갈 예정이다. 현재 소득(과세표준) 구간별로 6~35%인 소득세율은 내년에 6~33%로 낮아진다.

김 의장은 “법인세 인하는 국제사회와의 약속인데 지키지 않으면 국가 신뢰도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면서 “법인세 인하는 원칙대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와 관련해 당정은 서민·영세자영업자·중소기업 등에 대한 비과세·감면 혜택은 그대로 두되 고소득층이나 대기업에 대한 것은 선별해 폐지·축소키로 의견을 모았다. 또 변호사·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의 세원을 양성화하는 한편 엄정한 징세 행정을 통해 세원을 넓혀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올해 말 만료되는 기업들의 임시투자세액 공제 혜택을 종료하거나 현행 세액공제율을 투자액의 10%에서 7%로 낮추는 방안이 우선순위에 올라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정부 관계자는 “연구개발(R&D) 관련 투자 등 신성장동력과 녹색 성장을 위한 세제 지원은 대폭 확대할 방침이나 실효성이 떨어지는 투자 유인책에 대한 정비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당정은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조정 여부도 조만간 결론내기로 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신용카드 사용액에 대한 소득공제 제도가 올해 말 끝나는 만큼 이 제도를 그대로 연장할지, 아니면 축소할지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봉급생활자의 연간 신용카드 사용액(부양가족 사용액 포함)이 급여의 20%를 초과하는 경우 초과분의 20%를 500만원 이내에서 소득공제 해주고 있다.

이상렬·선승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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