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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카메라로 깨친 자연의 감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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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 박영미 17기 주부통신원

지난해 10월부터 '무지개 세상'이란 환경단체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남매가 웬만큼 컸으니 나도 뭔가 좋은 일을 하며 살자는 생각에서였다. 이 단체에서 하는 일은 생태 다큐멘터리 영상 제작물을 분류하는 일이다. 일을 하면서 처음 얼마 동안은 나도 대부분의 사람처럼 주변의 나무에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카메라의 눈을 통해 되살아난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는 나를 조금씩 조금씩 나무에게로 다가가게 했다.

강변대로를 달리며 예부터 양반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능소화를 보았는가. 줄기 끝에 매달린 큼직한 꽃송이는 힘겨운 듯 늘어져 있다. 바람이 불고 비라도 내리면 이리 저리 흔들리는 꽃송이들이 마치 연주회를 하는 듯 매력적이다. 커다란 주홍의 꽃이 시원스럽지만 지는 모습 또한 추하지 않아 더욱 사랑스럽고 기품 있다.

알고서 만나는 나무 한 그루, 꽃 한 송이가 주는 즐거움은 곳곳에 있다. 상록수인 소나무에도 예쁜 암수의 꽃이 있다는 것을 알면 소나무의 봄소식이 기다려질 것이다. 자귀나무의 사이좋은 잎새 이야기를 들으면 결혼하는 지인에게 꽃이라도 따서 말려주고 싶어지며 계수나무의 사랑스런 하트 모양 잎사귀를 보면 가을의 달콤한 낙엽을 고대하게 될 것이다.

끝도 없이 많은 선물들이 기다리고 있지만 시작은 언제나 관심에서 출발한다. 몇 년을 함께 살아도 인사 한번 나누지 못한 아파트의 이웃처럼 자연은 언제나 우리 곁에서 우리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거리에서 공원에서 나무를 만나면 먼저 말을 걸고 인사를 해보자. 가슴으로 가까워지는 자연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벅찬 감동을 위해 오늘도 난 디카를 들고 집을 나선다.

박영미 17기 주부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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