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이렇습니다] 결제하러 자리 비우는 백화점 점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0면

11일 남성복 할인 행사가 한창인 서울 명동 신세계백화점 6층 이벤트홀.

짙은 감색의 여름 양복 한 벌을 고른 김성호(33)씨의 신용카드를 받아든 점원은 “바로 결제해 드리겠습니다”며 자리를 비운다.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돌아온 점원은 김씨에게 카드와 전표를 내민다. 이처럼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다 보면 종종 점원들이 “결제를 해오겠다”며 자리를 비우는 일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백화점 특유의 매출구조에서 기인한다. 백화점은 기본적으로 임대 업체다. 백화점에 입점해 있는 업체들이 내는 임대료가 주 수입원이다. 대신 백화점은 일반 상가와 달리 임대료를 정액으로 받지 않고 입점업체의 매출 중 일부를 받는다.

매출액의 일부를 임대료로 내는 매장을 업계에선 ‘특정매장’이라고 부른다. 백화점 입점매장 중 90% 정도가 여기에 포함된다. 매출액이 크고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가 입점하면 백화점의 매출도 커진다. 입점업체가 매출을 누락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백화점의 이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점원들이 어디에선가 결제를 해오는 것은 백화점의 판매시점관리(POS) 시스템용 단말기에 입력하고 오는 절차 때문이다. 이렇게 하면 백화점으로선 어떤 상품이 얼마나 팔렸는지 실시간으로 집계할 수 있어 매출 누락을 막을 수 있다. 최근에는 매장별로 개인휴대단말기(PDA)와 POS 시스템용 단말기가 보급돼 있어 점원들이 계산을 위해 자리를 비우는 일이 줄었다. 하지만 세일 행사장 등에서는 여전히 겪게 되는 일이다.

참고로 모든 업체가 동일한 임대료를 내는 것은 아니다. 업종·브랜드 파워 등에 따라 매출 대비 임대료 비율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의류매장의 임대료율이 30% 선으로 가장 높고 명품 브랜드는 15% 안팎으로 낮은 편이다. 일부 명품 브랜드와 백화점이 갈등을 빚는 것도 이 임대료율을 정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백화점 매장 중 10% 정도는 일반 상가와 동일한 정액 방식의 임대료를 낸다. 이를 ‘임대 갑 매장’이라고 한다. 임대 갑 매장에는 주로 식품이나 백화점 식당가 등이 포함된다. 백화점은 대신 이들 매장에 대해 정기적인 위생검사 등 별도의 품질관리를 한다.

이수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