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은 화장, 화려한 옷, 달콤한 음료 … 벌떼 몰려옵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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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강일구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상황 1 물가에서 놀다가 다쳤다

계곡·해변에서 맨발로 돌아다니다 깨진 유리에 발을 찔렸다면? 즉시 흐르는 수돗물(생리식염수가 더 낫다)로 출혈 부위를 세척한 뒤 거즈나 마른 수건으로 압박해 지혈한다. 지혈제는 뿌리지 않는 게 원칙. 의사가 상처를 확인하기 힘든 데다 봉합할 때 모두 제거해야 하므로 흉터가 많이 남을 수 있어서다.

돌에 미끄러져 발목이 부었다면? 한양대병원 응급의학과 강형구 교수는 “발목을 움직이지 않으면서 발을 심장보다 높게 올려야 한다”며 “이때 냉찜질을 하면 통증이 줄어든다”고 조언했다. 통증·부기가 가라앉지 않으면 가까운 병원을 방문, 골절 유무를 확인한다.

넘어져 이가 뿌리째 빠졌다면? 식염수나 우유에 빠진 이를 담가 인근 치과에 가면 치아를 살릴 수도 있다.

상황 2 물놀이 도중 낭패를 봤다

물에 빠졌다가 구조된 사람이 스스로 호흡을 하지 못하면? 지체 없이 인공호흡을 실시한다. 머리를 젖히고 턱을 들어 준 뒤(기도 유지) 두 차례 숨을 불어넣어 준다. 가슴 중앙을 30회 압박한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응급의학과 왕순주 교수는 “영화·TV처럼 배를 눌러 먹은 물을 토하게 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숨길을 막을 뿐 아니라 물이 폐로 들어가 폐렴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놀이를 하다 다리에 쥐가 났다면? 바로 물 밖으로 나와 휴식을 취한다. ‘오늘 물놀이는 그만’이란 신호다. 쥐는 피로 유발 물질인 젖산이 근육에 쌓였거나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은 탓일 수 있어서다. 귀에 물이나 벌레가 들어갔다면? 휴지나 면봉으로 빼지 않는다. 그냥 두면 물은 흘러나온다. 벌레를 찾아내려고 귀에 빛을 비추면 오히려 더 깊이 들어간다. 베이비오일·알코올을 귀에 떨어뜨리면 통증이 사라진다. 다음 날 아침 병원에 가서 죽은 벌레를 제거한다.

상황 3 뱀에 물렸다

물린 부위가 심하게 부풀어 오르면? 독사일 가능성이 있다. 독사는 머리가 삼각형이고 목이 가늘며, 물리면 두 개의 이빨 자국이 난다. 물린 부위를 포함하는 한쪽 사지 전체를 압박 붕대로 감아 독이 더 이상 퍼지지 않게 한다. 독을 입으로 빨아내야 하는 것으로 아는 사람이 많지만 이는 잘못된 지식이다. 세균 감염 우려가 크다. 독 제거를 위해 물린 부위를 칼로 째는 것도 삼간다. 소독을 위해 물린 부위에 된장·소주를 바르는 것도 백해무익이다. 알코올을 뿌리면 독이 더 빨리 퍼진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송형곤 교수는 “뱀에 물린 뒤 흥분해 걷거나 뛰면 독이 더 빨리 퍼진다”며 “뱀독은 보통 림프관을 통해 온몸에 퍼지므로 물린 부위를 부목·들것 등으로 단단히 고정한 뒤 바로 병원으로 직행할 것”을 권했다.

상황 4 벌에 쏘였다

벌에 쏘이지 않으려면? 벌의 관심을 끌어선 안 된다. 향수·헤어스프레이·화장품·요란한 색상의 옷은 벌을 유인한다. 음료수 병(캔)·솜사탕·아이스크림 등도 벌에겐 대단한 유혹이다. 벌이 접근하면 침착·무덤덤·낮은 자세 이동이 최선의 대책. 화들짝 놀라면 벌은 공격 신호로 받아들인다. 벌이나 벌레에게 쏘일 때를 대비해 항히스타민제를 휴가지에 가져가면 마음이 놓인다.

쏘인 부위에 벌침이 남아 있으면 칼·바늘·신용카드 등을 이용해 살살 긁어 침을 뺀다. 손이나 핀셋으로 침을 잡아 빼는 것은 혹을 더 붙이는 격이다. 순간 침 속의 벌독이 일시에 몸에 들어와서다. 벌에 쏘인 뒤 통증·부기를 가라앉히는 데는 얼음이나 찬물 찜질이 특효다. 인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이운정 교수는 “벌독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벌에 물린 지 한 시간 내에 쇼크로 숨질 수 있다”며 “호흡곤란·어지럼증·두드러기 등 이상 증세를 보이면 119구급대를 불러 즉시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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