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병' 스트레스장애…水難 불안 감추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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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수재민들에겐 몸만 상처 입는게 아니다. 마음도 병을 앓는다.

외상후 (外傷後) 스트레스장애가 그것. 삼풍백화점.성수대교붕괴, 이번 수해처럼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재난으로 심적 충격을 받아 발생하는 일종의 정신질환이다.

복구작업에 여념이 없을 수재민들이 갑자기 일손을 놓고 무력감에 빠진다면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

몸은 피곤한데 잠을 못이루는 불면증도 외상후 스트레스를 암시하는 주요증상. 수해 당시 경험했던 공포스런 장면이 머릿속에 자주 떠올라 불안에 떨기도 한다.

홍수가 난 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겪을 확률은 생각보다 높다.

서울대병원 정신과 조맹제 (趙孟濟) 교수는 "2년전 경기도 연천지역 홍수때 이재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백명중 1명꼴로 치료가 필요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를 앓고 있었다" 고 밝혔다.

그러나 자신들의 무력감과 불면증을 당연히 겪어야하는 마음고생쯤으로 가볍게 여기는 이들이 대부분. 이번 수해지역인 의정부시 의정부동의 고려신경정신과 심상호 (沈相皓) 원장은 "무력감.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수재민들이 정신과의원을 찾기보다 그냥 참는 경우가 대부분" 이라고 들려줬다.

외상후 스트레스장애가 나타나면 불안과 공포를 감추기보다 표출해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가족 등 주위 사람들이 환자들의 고민을 끝까지 들어주는 분위기를 마련해야한다.

환자는 가능한한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져야하며 자신의 무력감과 불면증이 재해란 과거지사에서 비롯됐음을 자각해야한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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