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이 본 요즘 날씨]본격 기상이변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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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국 양쯔 (揚子) 강 대홍수와 한반도 집중폭우 등 동아시아의 기상이변이 라니냐에 의해 촉발됐다는 기상청 발표는 올해초 강력한 영향력을 가졌던 엘니뇨로부터 라니냐로의 임무교대가 급박하게 이뤄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라니냐가 고개를 들고 있다는 관측은 올해 초 동남아시아 가뭄 및 산불, 페루지역의 홍수, 한반도에 봄철 이상고온을 몰고왔던 엘니뇨 시기부터 일찌감치 나왔었다.

지난달엔 일본우주개발사업단 (NASDA) 이 관측위성을 통해 페루 근해의 해수 온도가 정상 기온보다 낮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도 했다.

특히 유럽중기예보센터 (ECMWF) 는 7월부터 라니냐 강화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을 예측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페루 연안에서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무려 5도 이상 높은 엘니뇨 현상이 극성을 부렸으나 올 6월 이후 페루 연안만을 남겨 놓고 적도 중태평양 해역 (서경 1백~6백도 사이) 을 중심으로 평년보다 2~3도 낮은 라니냐 현상이 동서로 확장했다.

이번 중국 양쯔강 유역의 대홍수는 이처럼 엘니뇨 후반기에 나타나 라니냐에 의해 강화되는 임무교대 시기에 발생한 것으로 기상청은 분석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엘니뇨의 현상으로 반달 모양의 강한 건조대가 위치해 가뭄 및 잦은 산불을 일으킨 반면 이곳에 퍼부어야 할 열대 강우대는 북쪽으로 밀려 올라가 중국 화난 (華南) 지방에 많은 비를 내리기 시작했다.

또 최근 들어 라니냐의 영향력이 커지며 동에서 서로 부는 적도 무역풍이 강화되면서 오히려 중국 호우 장기화라는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적도 무역풍은 바닷물 온도를 낮추는 것과 동시에 태평양 적도지역의 고온다습한 습기를 태평양 서안인 동남아시아를 거쳐 중국 남부로 끊임없이 불어 넣었고 엄청난 양의 습기는 기존의 저기압과 결합, 거대한 비구름대를 형성해 결국 양쯔강 범람에 이르게 한 것이다.

한반도의 경우 중국 양쯔강 유역에 모인 비구름대가 떨어져 나가 편서풍 (상층 제트기류) 을 타고 7월말부터 기습폭우를 쏟아부었다.

기상청은 이에 따라 엘니뇨에 의해 촉발됐던 양쯔강 유역의 호우는 엘니뇨가 약화되면서 잦아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라니냐의 발달과 함께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라니냐가 발달한 67, 73년에는 한반도의 겨울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1.1~2.2도 낮고 강수량도 40.3~65.7㎜가 적어 춥고 건조해지는 경향이 있다.

또 라니냐가 있었던 64, 70, 74, 84년의 경우 기온은 평년 수준이었으나 지난 75년 이후 '따뜻한 겨울' 이 지속됐던 것을 감안할 때 올 겨울 몸으로 느끼는 추위는 더욱 극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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