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보다 태도가 우선이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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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호 30면

기업들이 신입사원 채용 시즌을 앞두고 선발 준비에 한창이다. 헤드헌팅 회사에도 면접관들을 교육해 달라는 기업의 요청이 늘고 있다. 그런데 기업의 면접관들을 교육시키다 보면 담당 임원이나 간부에게서 종종 이런 질문을 받게 된다. “성과와 능력을 중시해야 합니까, 아니면 태도와 가치를 우선해야 합니까?”

신현만의 인재경영

기업에서 직원을 뽑을 때 자주 부닥치는 것 중 하나가 ‘능력과 태도 가운데 어떤 것을 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다. 능력과 태도 모두 우수하다면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지만, 면접을 진행하다 보면 한쪽에 비해 다른 한쪽이 부족한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정답은 없다. 최고경영자(CEO)와 기업이 무엇을 지향하는지에 따라 선택이 다를 뿐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뽑으려는 인재는 업무에 필요한 지식과 경험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다. 특히 경력자인 경우 업무능력이 성과로 검증돼야 한다. 또 기업이 원하는 인재는 조직의 미래상에 동의하면서 자발적으로 성과를 창출하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들은 CEO의 경영철학에 동의하고 기업의 조직문화에 잘 적응한다. 보상보다는 일 자체에 대한 만족감과 성취감을 중시하고 일을 찾아서 한다.

그런데 인터뷰를 하다 보면 업무능력과 성과에서 나무랄 데가 없지만 가치와 태도에 관해서는 의문부호가 찍히는 사람이 있다. 반대로 능력과 성과가 만족스럽진 못하지만 태도와 가치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는 사람이 있다. 어떤 CEO는 “사람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능력과 성과가 뛰어난 직원을 선택한다. 반면 다른 쪽은 “아무리 일을 잘해도 조직의 가치를 부정하고 조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며 태도와 가치를 우선한다.

이 문제에 관한 글로벌 기업들의 답은 분명하다. 경험과 지식, 능력과 성과보다는 태도와 가치관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직원을 뽑을 때 태도와 가치 등 조직 적합성을 가장 중요한 평가요소로 삼는다. 기술과 지식은 교육훈련을 통해 개선할 수 있지만 태도나 가치 등 정서적 역량은 바꾸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 역시 직원을 뽑거나 기업에 인재를 추천할 때 태도나 가치를 중시한다. 업무능력을 중심으로 직원을 뽑으면 상당수가 1~2년 안에 이직하는 것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유능한 직원이라도 조직의 가치와 문화에 맞지 않으면 떠나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직률이 높은 기업은 그런 점에서 기본적으로 채용기준이 잘못돼 있는 셈이다. 더구나 업무능력 중심의 직원 선발은 단기적으로는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데 기여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조직 구성원의 사기와 신뢰, 궁극적으로는 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반면 품성과 가치 위주로 인재를 선발하면 높은 조직 충성도, 구성원에 대한 강한 신뢰감과 친밀감을 기대할 수 있다. 조직의 성과는 결국 이런 직원들이 내는 것 아닐까?

글로벌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능력이 아니라 품성 중심으로 직원을 뽑는 채용 시스템을 가동해 왔다. 이들은 직원을 채용할 때 후보자의 역량과 관심사가 기업의 인재상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평가하는 다양한 채용제도를 발전시켜 왔다. 후보자가 CEO의 경영철학과 기업문화를 존중하는지, 그리고 맡을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를 철저히 점검한다. 예를 들어 직원 만족을 경영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는 사우스웨스트는 ‘협업(co-work)’ 능력을 중시하기 때문에 모든 면접 과정에서 동료와 함께 일할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관찰한다. 창의성을 중시하는 마이크로소프트는 필요한 직원들에겐 IQ 검사를 실시하는가 하면, 타 부서 직원이 먼저 면접한 뒤 채용을 거부할 수 있도록 해 평범한 사람의 입사를 제한한다.

그러나 한국 기업들은 아직도 ‘적합한 직원’이 아니라 ‘유능한 직원’을 뽑으려 한다. 최근 선발 대기업을 중심으로 능력이 아니라 가치와 태도를 중시한다며 인성·적성검사와 면접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면접방식과 평가기준을 꼼꼼히 살펴보면 상당수가 같은 기준으로 인재를 뽑고 있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가치관이나 태도보다 능력이나 성과, 기술이나 지식이 핵심 선발 기준으로 작용한다. 이렇게 해서는 ‘최고’를 뽑을 수는 있지만 ‘최적’을 뽑긴 어렵다.

좋은 인재를 뽑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좀 더 자기 회사의 가치와 문화에 적합한 인재상을 구체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기업의 가치와 CEO의 경영관, 인재상, 채용기준, 면접방식 등이 통일성을 가져야 한다. 열정이 있는 직원을 뽑겠다면서도 학점과 토익 성적을 중시하는, 그래서 결국은 기업에 딱 맞는 인재가 아니라 기술과 지식이 뛰어난 사람을 뽑게 되는 현실에서 한시라도 빨리 벗어나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유능함과 성과만을 기준으로 직원을 뽑아서는 절대 이직률을 낮출 수 없다. 이직률을 낮추려면 애초부터 이직할 가능성이 작은 직원, 조직 충성도가 높고 회사에 만족하고 다닐 수 있는 직원을 채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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