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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인터뷰]군 구조조정 나선 천용택 국방장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1면

"치사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안전을 강조해 왔는데…. " 이번 집중호우로 10여명의 병사를 잃은 천용택 (千容宅) 국방장관의 푸념이다.

가뜩이나 병무비리, 북한 잠수정 침투사건 등으로 골치를 썩여온 千장관은 1시간30분여의 인터뷰 내내 실전도 아닌 상황에서 부하를 잃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았다.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컬러와 성격을 지닌 정권의 국방총책으로서 전면적인 국방개혁을 추진중인 千장관은 그러나 '국민이 신뢰하는 강군 육성' 을 말할 때는 목소리를 높였다.

- 건군 50주년을 맞는 시기에 국방장관이 되셨는데. 안보는 자신할 수 있습니까. 혹시 새 정부 성격 등과 관련해 군 내부 혼선은….

"자신 못하고 국방장관을 어떻게 합니까. 혼선, 그런 것은 없습니다."

- 하지만 국민의 안보불안은 상당합니다. 군이 "물샐틈 없는 경계" 를 외쳐왔지만 지난 6월의 잠수정 침투로 공수표가 돼버렸습니다.

"사실 대 (對) 잠수함작전엔 어려움이 많습니다.

특히 동해는 한.난류가 교차해 음파가 굴절하고 수중소음이 많아 수상함의 잠수함 탐지가 더 더욱 어렵습니다.

군은 취약해역에 대잠전력을 보강하고 정치어망을 설치하는 한편 한.미 연합작전체제를 강화할 방침입니다."

- 미7함대가 동해에서 작전중인 것도 그런 일환입니까.

"북한이 그들의 9.9절 (정권수립기념일) 전에 체제우위를 선전하기 위해 도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잠수정이 활발히 움직이는 시기도 5월부터 10월까지고."

- 수도권은 더 취약한데 어떻습니까.

"군사기밀이라 자세히 설명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자신있습니다.

물론 서울이 휴전선과 너무 가까운 것 등 문제가 있으나 저지는 충분합니다.

각종 '가상전쟁 (war game)' 에서도 수도권 이북에서의 방위가 가능함을 확인했습니다.

현지 고수작전은 지켜질 것입니다.

다만 '지루한 긴장상태' 의 지속에서 오는 해이가 문젠데 여러 대책을 세워 놓고 있습니다."

-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도 국방장관에게는 부담일 텐데요.

"햇볕정책이 안보를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북 포용정책은 오히려 강력한 안보가 대전제됩니다.

우리 언론이 주목하지 않지만 오히려 군사적 위협은 더 높아졌습니다.

북한의 국가경영은 거의 초군국주의로 가고 있습니다.

통일이 이뤄지는 순간까지 확고한 대북관과 전투준비는 견지될 것입니다."

- 얼마전 박정수 (朴定洙) 외교통상부장관이 도중하차했고. 외교안보팀 내부의 문제는 없습니까.

"잘되고 있습니다. 구성원들의 면면도 그렇고, 호흡을 잘 맞추고 있습니다.

신임 홍순영 (洪淳瑛) 외통부장관도 잘 조화될 것으로 봅니다.

사실 선후문제 등 사소한 이견은 있었지만 정책 자체를 놓고 대립한 적은 없지요."

- 군 조직개편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군 구조개편은 한마디로 군을 효율적이고 경제적으로 운영한다는 취지입니다. 특히 지휘계층을 단순화하는 조직의 슬림화가 관건이지요. 전방의 2개 군사령부를 해체하거나 계룡대 본부사령실을 하나로 통합하는 것 등이 그런 일환입니다.

계룡대 통합 본부사령관은 잡음을 막기 위해 아예 해병대 장성을 임명했습니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절감되는 예산이 수천억원대라는 참모의 설명)

- 통합군 체제로의 전환 (현재는 합동군 체제)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현시점에선 통합군 사령관이 전 부대를 지휘하는 통합군제는 군내의 여건이나 국민 정서를 고려해 볼 때 시기적으로 적절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각군의 전력운용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통합해 연합작전이나 합동작전을 수행하는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 정원외 장성 숫자 감축 등 인력조정은 어떻게 됩니까.

"현재 중장과 소장이 초과운영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앞으로는 소장.중장의 임기를 철저히 지키고 군 구조개편과 연계해 일부 계급은 하향조정할 방침입니다."

- 특정 정당소속 국방장관은 처음인데 문제가 없습니까.

"국회의원도 정치인이고 장관도 정치적으로 임명되는 직책입니다.

정치군인이 많았기 때문에 이런저런 걱정을 하나본데 정책을 결정하거나 결심을 할 때 정치적 논리를 개입시키지 않을 겁니다.

국회와의 원만한 관계유지 등은 오히려 이점입니다."

- 군내 사조직 문제는 어떻게 되나요. 하나회라든가.

"사조직은 단결을 와해시키고 전투력을 약화시키는 암적 요소입니다.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 않을 것입니다.

하나회 문제도 정리됐습니다.

현재 군에 남아 있는 장교들은 선배들이 참여하라고 하니 따랐을 뿐 아니겠습니까. 지난 4월 인사 때 능력.전문성이 탁월한 장교는 화합.단결 차원에서 발탁한 바 있는데 앞으로도 승진.보직 등에 차별을 두지 않을 것입니다."

- YS정권 당시 대통령의 아들 '현철' 에게 충성맹세를 한 장성들이 적잖이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소문으로는 들었습니다만. 당시 어떤 사람에게 '권력자인 현철' 을 만나 보라고 했을 때 만나기를 피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고…. 이 부분을 파헤쳐 문제삼는 게 과연 군의 단합에 도움이 될까 하는 점은 의문입니다."

- 병무비리의 대명사가 된 원용수 (元龍洙) 준위 리스트에 현역 장성들까지 포함돼 있는데요.

"元준위에게 병무청탁을 한 것으로 확인된 현역장성은 7명입니다.

그러나 금품수수나 직권을 이용한 혐의자들은 없었습니다.

이들은 언론에 공개된 것만으로도 본인의 과오에 상응한 불이익을 받았기 때문에 별도의 추가조치는 없을 것입니다."

- 대통령이 밝힌 "끝까지 사과를 받을 것" 이라는 방침을 북한이 받아들일 것으로 보십니까. 장성급회담에서 한국 대표가 제대로 기능하는지도 의문이고.

"장성급회담은 물론 모든 외교적 수단을 동원, 우리 요구를 관철시킬 것입니다.

저는 장성급회담이 만들어질 때부터 우리측 대표도 미군대표와 동일한 발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밝혔고 보장이 안되면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북한은 96년 잠수함 침투사건 때도 백배.천배 보복을 운운하다가 결국 그해 12월에 사과한 전례가 있습니다.

이번에도 우리 요구를 끝내 외면하기는 힘들 겁니다."

- 올 10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 최대 현안은 무엇입니까. 우리측 대응 방안은 마련돼 있나요.

"99년 이후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있고 또 한.미 방산협력이 큰 현안입니다.

지난달 미국을 방문했을 때 윌리엄 코언 장관에게 한국의 어려운 경제사정을 설명하고 방위비 분담에 대한 협력을 부탁했습니다.

코언 장관도 미국은 환율변화를 이용해 이득을 취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정리 =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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