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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단골 서울인프라] 설계부터 잘못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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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하철.도로는 비만 오면 잠기고 끊기고, 하수도는 막히지 않으면 역류하고…."

수도 서울의 수방대책이 원시성을 벗어나지 못해 비만 오면 간선도로가 끊기고 지하철이 물에 잠기는 사태가 되풀이되고 있다.

서울에 쏟아진 호우가 기상관측 78년만의 최대 강우라는 점을 백번 양보하더라도 제 기능을 못하는 간선도로.지하철.하수관의 엉성한 관리실태를 자연현상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납득하기 힘든 점이 너무 많다.

◇ '잠수 (潛水)' 하는 간선도로 = 올림픽대로와 동부간선도로는 서울 교통의 중추신경망이지만 호우만 오면 '침수 동맥경화' 로 제 구실을 못하기 일쑤다.

서울시 도로국 관계자들은 "설계가 그렇게 됐기 때문에 불가피한 일" 이라며 뒷짐만 진다.

동부간선도로 전구간과 올림픽대로 일부구간은 설계 당시부터 4년 또는 10년 주기의 홍수에 '잠수' 되도록 설계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도 "장기적인 안목보다 저비용.고효율만 생각하다 '졸속도로' 를 만들었다" 며 "예산만 충분했다면 '불명예' 스런 잠수도로로 건설하지 않았을 것" 이라고 실토했다.

임동국 (林東國) 도로국장은 "교통량을 감안해 하천을 따라 건설되는 간선도로라면 강변북로 같은 교량형으로 만드는 것이 이상적" 이라고 밝혔다.

◇ 비만 오면 '수중철 (水中鐵)' =반복되는 지하철 침수사고는 다분히 자초한 면이 강하다.

우선 4일 1호선 청량리역 침수사고 등에서 보듯 지하철 1~4호선 1백15개 역사의 환기구 9백49곳 중 무려 8백21곳이 미관.상권방해 등의 이유로 지상보다 낮게 설치돼 침수를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허술한 수방대책도 상황을 악화시켰다.

7호선 태릉입구역과 2호선 선릉역의 침수 사고는 단적으로 말해 지하철 공사장 주변 수방대책이 엉성해 발생했다.

◇ 역류 (逆流) 하는 하수관 = "비만오면 물기둥이 솟아올라 하수도인지 상수도인지 구분이 안된다" 는 한 시민의 말처럼 호우중 서울의 하수도는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서울 하수도의 문제는 하수관의 설치기준이 정밀하지 못하고 준설도 제때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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