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세진 여당 강공…정계개편·비리사정 '양날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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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여권의 정국운영 방식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수세적 입장에서 벗어나 정국운영에 강공 (强攻) 드라이브를 걸어 장악력을 높이려 하고 있다.

3일의 국회의장 선출대결에서의 승리로 정국의 주도권을 거머쥐었다고 보는 것이다.

청와대와 국민회의가 "야당에 끌려 다니는 일은 더 이상 없을 것" 이란 단언과 함께 정국운영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권 전체를 관통하는 이같은 강공 기류는 정계개편과 정치권 사정이라는 두가지 흐름에서 감지된다.

여권은 그동안 "말만 많았지 실제로 되는 일은 없다" 는 비난의 표적이 된 정계개편에 대해 전에 없는 의욕을 보이며 속도를 더하고 있다.

국회의장 선거 패배 이후 강력한 대여 (對與) 투쟁을 하겠다고 벼르는 야당의 으름장도 개의치 않겠다는 투다.

여권은 다음주부터 당장 한나라당 의원을 상대로 한 1차 영입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생각이다.

물론 대상은 3일 국회의장 선출 투표시 한나라당을 이탈한 의원들이다.

청와대와 국민회의측은 의장투표 결과에 대한 분석을 통해 최소한 10명, 많게는 20명 가량의 한나라당 의원들이 이탈했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특히 의장선거를 앞두고 여권이 접촉했던 의원들의 숫자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이번 의장 선거결과는 그동안 야당내 복잡한 상황과 정국 흐름 때문에 탈당을 망설였던 이들에게 명분과 자극을 줌으로써 결행토록 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때문에 야당의원 접촉 창구역이었던 한화갑 (韓和甲) 총무.정균환 (鄭均桓) 사무총장.김옥두 (金玉斗) 지방자치위원장 등이 또다시 잠행을 계속하고 있다.

다만 국민신당 의원들은 집단 영입을 추진하되 시기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1차 영입이 마무리된 후로 잡고 있다.

어차피 국민신당과는 얘기가 거의 끝난 만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이며 이들을 우선 영입할 경우 자칫 한나라당측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다.

여권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나라당 전당대회 이후 본격적인 정계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복잡한 역학구조상 당권경쟁에서 탈락한 일부 계파들을 잘만 추스르면 정기국회 이전 집단 영입도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정치권 사정에서도 여권의 강수가 진하게 배어 나오고 있다.

새정부 출범 직후 불거진 북풍공작을 비롯, 종금사.개인휴대통신 (PCS) 인허가 비리, 청구.김선홍.이신행 (李信行) 리스트, 경성그룹 특혜대출 등이 터질 때마다 정치인들이 거명됐지만 한번도 손을 대지 않은 게 사실이다.

표적사정이나 정치보복 시비를 염려했던 탓이다.

하지만 청와대 등 여권은 "지금부터는 그냥 넘기지 않을 것" 이라며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청구로부터 거액을 받은 홍인길 (洪仁吉) 전청와대 정무수석을 사법처리하고 정대철 (鄭大哲) 국민회의부총재를 소환 조사하는 것은 비리 정치인에 대한 사정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란 얘기다.

또 한국부동산신탁 불법대출건도 철저한 보강수사를 벌여 혐의가 밝혀지면 예외없이 사법처리할 것임을 누누이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에 사정태풍이 불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문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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