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엔화]애타는 중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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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위안 (元) 화는 이미 붕괴됐다. " 중국의 숨결을 민감하게 감지하는 홍콩의 투자전문가들과 수출업체들이 내린 결론이다.

홍콩의 한 외국 수출업체 임원은 4일 "위안화의 실질가치를 결정하는 중국내 암시장의 달러당 환율은 이미 9.5위안을 넘어섰고 10위안을 호가하는 곳도 있다.

그는 "엔화가 달러당 1백46엔 이상을 유지하면 위안화는 공식적으로도 더 이상 견디기 어렵다는 판단" 이라고 분석했다.

홍콩내 외국인 투자분석가들도 "지난달 30일 이미 상하이 (上海) 암시장에서 달러당 8.7위안을 넘어섰다.

홍콩내 한국수출업체의 한 간부도 4일 "위안화 붕괴가 기정사실로 확인될 경우 홍콩 달러에 치명적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한 만큼 홍콩달러에 대한 헤지 (위험분산) 를 심각하게 고려중" 이라고 털어놨다.

홍콩은 이미 위안화 평가절하를 기정 사실화한 상태에서 손익계산서를 꼼꼼히 따져보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당국도 공식적으로 표명하지 않았을 뿐 애간장이 탄다.

오부치 게이조 (小淵惠三) 내각의 엔저 대처능력을 회의적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유는 첫째, 미야자와 기이치 대장상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이며 둘째, 중국은 일본의 관료조직이나 정치행태가 마음대로 시장을 컨트롤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은 엔화폭락을 가정,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여러차례 "엔저에 대처하라" 고 일본과 미국을 비난하면서 "일정수준으로 엔화가치가 떨어지면 못버틴다" 는 점을 통보했다.

베이징.홍콩 = 유상철.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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