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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이태일 동아대총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국립대와 사립대는 역할분담이 돼야 합니다.

지금은 사립대가 잘 하고 있는 분야에 국립대가 국민세금으로 똑같이 하고 있어요. " 이태일 (李太一.55) 동아대총장은 국.사립대간 중복투자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국립대는 사립대가 하기 어려운 기초과학 등 분야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李총장은 "총장의 불개입, 공정한 인사위원회 운영이 교수채용에서 동아대가 잡음이 없는 비결" 이라고 소개하고 "대학도 불황여파에 시달리고 있고 그 해결을 위해 뛰고 있다" 고 말했다.

- 요즘 대학 운영은 어떻습니까.

"불황인데 공공요금은 계속 올라 관리비 (전기료 등)가 무척 많이 듭니다.

또 휴학생도 늘어나 대학운영을 어렵게하고 있습니다.

휴학생 비율이 정원의 10%를 넘어서면 심각한 상황이 옵니다.

다행히 부산의 대학들은 아직 그런 단계는 아닙니다.무엇보다 졸업생들의 취업이 잘 안돼 가슴 아픕니다. "

-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동아대는 96년부터 구조조정을 시작했습니다.

그 때부터 정년퇴직 등으로 비는 자리는 보충을 하지 않았죠. 30여명을 감원한 것과 같은 효과가 있습니다.

기구도 축소하고 보직교수들의 수당도 많이 깎았습니다.

동아대 병원도 일찍 구조조정을 했습니다. "

- 취업난이 심각한데 학생들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방학인데도 도서관이 꽉꽉 찹니다.

열심히 하지 않으면 사회진출이 안된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기가 꺾이지는 않았습니다.

아직도 미래에 대해 희망을 품고 있고 캠퍼스에는 낭만과 젊음이 남아 있습니다. 학생들도 사회를 인정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

- 동아대는 올해로 개교 53주년이 됐습니다.

교육목표는 어디에 두고 있습니까.

"첫째는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것입니다.

다음은 개인주의 인간보다는 서로 협력하고 존중할 줄 아는 원만한 인간을 키우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폭넓은 교양을 쌓게 하고 자연과도 자주 어울리게 합니다. "

- 눈앞에 닥친 21세기 대비책이 있습니까.

"동아대 진해캠퍼스 (경남진해시웅동.47만평)가 2012년이면 완공됩니다.

동아대는 이를 계기로 세계대학과 경쟁하는 대학으로 탈바꿈할 것입니다.

전교생의 50%가 기숙사 생활을 하게되고 강의실에는 냉.난방과 컴퓨터 시설이 완비됩니다.

교내에서 공부.취미.교양활동.숙식이 모두 가능하게 됩니다. "

- 동아대의 교수채용이 상당히 공정하다는 평입니다.

비결이 있습니까.

"교수 채용때 총장으로서의 권한을 스스로 포기했습니다.

먼저 학과에서 심사를 거쳐 지원자 가운데 3명을 인사위원회에 추천합니다.

이어 인사위원회는 엄격한 심사와 난상토론을 거쳐 적격자 순서를 매깁니다.

이 때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사람이 바로 교수가 되는 것입니다.

총장도 재단도 개입하지 않습니다.

학과에서 자질이 떨어지는 사람을 추천했다가 학과장이 인사위원회에 불려와 '청문회' 를 당한 일도 있습니다.

그 만큼 인사위원회 심사가 공정하고 엄격하다는 얘기지요. 대신 총장은 아주 까다롭고 꼼꼼한 사람을 인사위원으로 위촉합니다. "

- 우리나라 대학은 '불량품' 을 생산한다는 비난도 듣고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사회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지 못한 게 가장 큰 잘못입니다. 너무 환상적이고 이론중심이었습니다.

졸업 후 직업인으로 바로 쓸 수 있는 구체적인 지식을 가르쳐야 합니다. "

- 학생들이 편입을 통해 이 대학 저 대학 몰려다닙니다.

문제점은 없습니까.

"이제 학생을 4년동안 같은 대학에 붙잡아 두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제대로 교육시키지 못하면 학생이 떠나는 것은 당연합니다.

학생이 오게 할 자신이 없으면 교단에 서지도 말고 대학을 세우지도 말아야 합니다.

편입제도는 대학과 학생발전을 위해 아주 좋은 제도지요. 그러나 학생이 서울로만 몰리는 것은 제도적으로 막아야 합니다.

또 학생들이 대학간판을 바꿔달려고 처음부터 편입을 염두에 두고 입학하는 것은 문제지요. "

- 국.사립대간의 역할구분이 제대로 안돼 있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맞습니다. 정부가 철도를 놓고 도로를 닦는 것처럼 국립대는 사립대가 하기 어려운 기초과학 등의 분야에 집중 투자해야 합니다.

국.사립대의 역할이 명확히 정립될 때 교육개혁이 이뤄집니다. "

- 일과 후에는 어떻게 보내시는지요.

"외부 사람들을 많이 만나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래야 총장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지요. 외부활동도 총장의 중요한 업무입니다. "

부산〓정용백 기자

[약력]

^42년 경북경주시외동읍방어리에서 출생

^61년 경북사대부고 졸

^68년 서울대 법대 졸

^77년 성균관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85년 동아대 학생처장

^88년 동아대 교무처장

^92년 제7대 동아대 총장 (직선)

^95년 제9대 동아대 총장 (직선.現)

^95년 한국사립대 총장협의회 부회장 (現)

^96년 부산.울산.경남.제주지역 대학교총장협의회 회장 (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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