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희는 누구인가]전설처럼 남은 무용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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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동방의 꽃' 으로 불린 최승희는 한국 근대무용의 틀을 만든 주인공. 일제 치하의 30, 40년대에 이미 미국과 유럽.중남미 등 전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며 한국인의 자존심을 세워주었던 우리 문화계의 큰 별이다.

하지만 전성기의 화려한 명성과는 달리 남쪽에서는 월북 예술가라는 이유로, 또 북쪽에서는 반 (反) 혁명분자로 67년 숙청당해 기억 속에서 사라져갔다.

때문에 3백편이 넘는 작품을 만들었으나 현재까지 전해지는 것은 1백여가지의 작품명과 흑백사진.무본 (舞本) 등이 몇점 있을 뿐이다.

46년 좌익문학가인 남편 안막을 따라 월북한 이후 한국에서는 이름을 거론하기조차 껄끄러웠던 최승희에 대한 국내 연구는 90년대 들어 남북한 해빙무드를 타고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중앙대 정병호 명예교수가 지난 95년 최승희 평전 '춤추는 최승희' 를 발간한 것. 이를 시점으로 MBC가 최승희의 일생을 드라마로 만들고 수제자인 원로무용가 김백봉씨가 96년 최승희 춤을 재현하는 무대를 갖기도 했다.

하지만 자료 부족으로 그의 작품세계는 베일에 가려진 채 여전히 전설로만 남아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는 최승희 춤의 흔적이 많이 남아 있는 북한에서 춤을 배운 북한 국적의 재일교포 무용수 백향주의 내한공연 (지난 6월) 을 계기로 최승희 재조명 작업이 더욱 활발해졌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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