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지혜 필요한 박세리 '몸값' 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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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스포츠마케팅은 수많은 변수가 얽힌 연립방정식과 같다.

선수와 구단, 중계권자와 경기 주최권자, 광고주 등 수많은 이해 당사자들이 얽혀 있다.

이들 모두는 제 나름대로의 역할을 근거로 자신의 지분을 챙기려 한다.

이들의 이해관계는 자주 상충되기 때문에 관련자들이 과연 합당한 대우를 해주고 받았느냐를 따지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다.

최근 미 여자프로골프대회 4관왕에 오른 박세리의 몸값에 대한 논란이 분분하다.

박세리의 상품가치가 불과 몇달만에 과거와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박세리는 이제 미국에서도 스포츠 스타 대열에 올라섰다.

또 캘러웨이.타이틀리스트.나이키 등 외국업체들이 박세리를 탐낸다는 보도와 함께 계약금도 수천만달러 수준까지 부풀려지고 있다.

박세리와 10년 전속계약을 맺고 있는 삼성은 "벤처 투자의 대표적 성공사례" 라고 평가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이젠 삼성이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박세리가 큰 것이 아니냐" 는 목소리도 들린다.

이렇게 상황이 급작스레 변하면서 삼성과 박세리측은 새로운 몸값 산정을 위해 물밑에서 여러 차례 논의를 진행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아직 명확히 발표된 합의사항은 하나도 없다.

박세리측은 얼마를 요구했고, 삼성측은 수십억원을 제의했다는 설만이 무성할 뿐이다.

특히 계약파기설 등 추측성 보도까지 잇따라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경우 양측은 모두 국제적으로 구설수에 오를 위험이 크다.

물론 박세리측이 '명성에 걸맞은 대우' 를, 삼성측으로선 '박세리에 대한 투자에 맞는 보상' 을 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양측은 외국에서 한국을 대표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실속만을 고집하는 바람에 합리적이고 신속하게 이번 일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돈문제로 나라 망신을 시킨다는 비난은 면할 수 없다.

왕희수 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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