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음반]유익종 5집 '그리움'…달콤한 성인발라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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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올해 성인가요에서 조관우의 끈적끈적한 연가 (戀歌)가 사라지고 김종환의 애절한 순애보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시대가 거칠어지면 사람들은 대중음악에서 욕망보다는 진실을, 자기발산보다는 위로를 원하는 모양이다. 담백한 포크나 성인발라드가 새삼 기대를 모으는 것은 이때문이다.

댄스등 젊은이들 음악판인 여름철 한복판에 조용히 음반을 내놓은 유익종에게 눈길이 모아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80년대중반 '모두가 사랑이예요' '내 마음의 보석상자' 등으로 사랑받은 듀오 해바라기 멤버. 솔로로 나선 86년 부른 '그저 바라볼 수만 있어도' 가 연속히트, 전성기를 구가한 성인가수. 데뷔 25년째인 고참가수 유익종에 대한 대중의 기억은 이 정도다.

그뒤로 그는 3장의 음반을 내며 꾸준히 활동해왔지만 전성기 영화를 되찾진 못했다. 그러나 유난히 편안한 그의 목소리가 필요한 시대가 되돌아왔다는 주위의 권유에 다섯번째 독집 '그리움' 을 내게됐다.

4집 '반추' 이후 3년만의 음반이지만 절제된 감정과 따스한 온기, 살짝 풍기는 트로트냄새등 유익종의 전통적인 스타일은 여전하다.

다만 포크 ( '잊을 수 있다면' ) , 탱고 ( '시간이 멈춰버린 거리' ) 등 발라드외에 다양한 장르가 시도된 점이 변화랄까. 타이틀곡 '그리운 얼굴' 도 그로선 드물게 슬로우록 넘버지만 슬로우록은 70년대 가요 대부분에 쓰였던 장르였던 만큼 편하게 다가온다.

눈길을 모으는 곡은 80년대 '따로 또 같이' 가 불렀던 '나는 이 노래 하리오' . '그날이 오면' 으로 80년대 운동가요에 한 획을 그었던 작곡가 문승현과 그의 동생 대현씨가 편곡을 맡은 이 곡은 담담하면서도 힘있고, 대중적인 중간부 가락이 매력적인 IMF형 포크다. 유익종 5집의 백미라 할 만하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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