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박경림의 300mm 인터뷰 ①] 히딩크 “한국, 아름답고 따뜻한 나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IS 일간스포츠는 오늘부터 격주로 '박경림의 300mm 인터뷰'를 새롭게 연재합니다. 300mm는 박경림의 넓은 인간 관계을 뜻하는 '마당발'과 모든 사물을 줌인해서 볼 수 있는 그의 '친화력'을 비유한 제목입니다.

박경림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300mm 인터뷰를 통해 대중이 가장 만나고 싶은 사람을 직접 인터뷰하게 됩니다. 연예계 스타 뿐 아니라 스포츠·정치·경제 등 칸막이 없이 다양한 분야의 핫(Hot) 아이콘을 만나 격의없는 대화를 나눌 예정입니다.

첫 번째 손님은 히딩크 전 국가대표팀 축구 감독입니다. 지난 달 시각장애인 전용 미니 축구장 준공식 참석을 위해 1년 만에 방한한 히딩크 감독도 박경림의 인터뷰 요청을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개별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는 감독으로 유명한 그였지만 유독 박경림에게 만큼은 예외를 인정한 겁니다.

박경림의 300mm 인터뷰 첫 회는 지난 2일 전주로 향하는 KTX에서 이뤄졌습니다. 두 사람은 바나나우유와 오징어를 질겅질겅 씹으며 두 시간 동안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용산역 출발

▶ "한국은 매년 오고 싶은 나라"

박경림(박): 먼저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그간 어떻게 지내셨어요?

히딩크(히): 러시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지내면서 경기와 팀 운영 하느라 바빴지. 1년 만에 한국에 오니까 옛날 생각도 나고 감회가 새로운데?

박: 저는 감독님이 한국을 떠난 뒤 아들 민준이를 낳았어요. (휴대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며) 소식은 들으셨죠?

히: 그러게. 경림, 너는 아이를 낳은 뒤에 더 예뻐진 것 같아. 근데 최근 3년간 너무 외모가 극단적으로 변하고 있는 거 알고 있나? 2007년 결혼할 당시에는 가장 날씬해서 예쁘더니, 작년에 와서 얼굴 봤을 때는 임신 3개월이라 정말 많이 통통해졌었고. 지금은 다시 어찌된 까닭인지 살이 쏙 빠졌다. 지나가다 보면 얼굴을 잘 못 알아볼 정도로 매년 모습이 변하는 것 같아. 남편에게 사랑을 많이 받고 사는 것 같다. 널 보니 기분이 좋다.

박: 전주 가시는 건 2001년 11월 국가대표팀의 세네갈 평가전 이후 처음이시죠?

히: 그렇지. 전주 가는 건 8년 만이야. 날씨가 너무 좋고, 또 히딩크 재단의 시각장애인용 축구장 4호 건립을 위해서 가는 것이라 더욱 특별하게 느껴지지.

박: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축구 감독 중 한 명이 히딩크 감독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감독님에게 한국은 어떤 나라인가요?

히: 벌써 한국과 인연을 맺은 게 9년째인데 매년 오고 싶은 곳이 바로 한국이지. 다른 어떤 나라보다 아름답고 내겐 따뜻함이 배어있는 곳이야. 사실 한국에 처음 왔을 때부터 이곳이 좋았던 건 아니었어. 문화적으로도 나와 너무 달랐고, 한국 사람들이 내가 일하는 방식에 적응하거나 받아들이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으니까.

나는 내가 일하는 방식이 국제적인 스탠다드를 지켰다고 생각하는데 또 그 차이가 적지 않더라고. 서로의 간격을 좁히는데 시간이 적지 않게 걸렸지. 각자 역할에서 열심히 하면서 문화적인 차이가 좁혀졌고, 그래서 좋은 결과도 난 것 같고. 일년에 한 두 번은 꼭 한국에 올 생각이야. 한국 사람들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좋아.

광명역 도착

▶ "인기? 그게 뭐 중요해? 순간을 즐겨"

박: 참 제가 감독님 옆에 있으면서 놀라는 것이 월드컵이 벌써 7년 전의 일인데 감독님의 인기는 줄어들지 않는 것 같거든요. 솔직히 한국에 올 때 인기가 식으면 어떻게 하나 이런 걱정은 해본 적 없으세요?

히: 글쎄, 나는 살면서 인기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는데? 인기에 연연해서 살고 싶진 않아. 그저 내가 좋아하고 함께 지내고 싶은 좋은 사람들과 어울리면 되는 거지. 인기의 하락, 상승은 유명인으로선 언제든 있는 일이니까.

사람들과 함께 하고 뭔가 의미있는 것들을 함께 달성하고 이런 것들이 더 중요해. 한국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은 정말 감사하고 고맙게 생각하지만, 인기를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아니야. 지금도 길거리를 지나가면 나와 사진찍고 싶어하고 손도 흔들어 주는 국민들을 보면 정말 감사하지.

박: 러시아 국가대표 축구팀 감독으로 계시는데 그곳에서도 이렇게 감독님을 좋아하나요?

히: 러시아 사람들 역시 축구 강국에서 감독을 영입하는 일에 익숙하지 않아. 2002년 월드컵 전 한국의 사정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나를 통한 성공에 대해서도 불확실하게 생각하고 있고. 내가 사람들에게 적이나 경쟁 상대가 아니라 같이 뭔가를 이루기 위해 존재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 그때부터 마음의 문을 여는 것 같아.

코치로서 파워를 악용하는 사람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면 적대감이 없어진다고나 할까. 한국 국민들이 더 정은 많은 것 같아. 또 우리가 과분했던 특별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고.

박: 한국 국민들의 반응과 어떻게 다른데요?

히: 리액션이 다르지. 한국 사람들은 상대방 얘기에 리액션이 훨씬 좋아. 적응도 빠르고. 또 어떻게 보면 호불호도 굉장히 분명하고.

박: 달변가로도 유명하시잖아요. 히딩크 감독님은 책을 많이 읽으세요?

히: 글쎄, 나는 독서를 좋아하긴 하는데 사람 사이에서는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경림이가 오늘 어려운 질문을 많이 하네.(머리를 긁적이며 웃음) 말을 잘하려면 다른 사람들의 요구나 원하는 바가 뭔지를 정확히 알아야되거든.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줄 알아야지. 그 사람의 진심을 잘 전해 들을 수 있어야 하고. 사람들이 나한테 말을 잘한다고 좋은 평가를 내려주는 사람도 있지만, 정해놓고 좋은 말들을 하는 것은 아니야. 그저 즉흥적으로 내 마음 속에 그때그때 드는 생각을 얘기하는 편이야.

천안 아산역

▶ "삼촌 No 오빠 Yes"

박: 오늘 이렇게 기차에 오붓하게 있으니까 삼촌이나 아빠 같은 느낌을 더 많이 받는데요. 앞으로 '히딩크 엉클'로 불러도 되나요?

히: (눈웃음 지으며) 삼촌은 무슨. 오빠(brother)로 부르는게 낫지. 농담이야.

박: 감독님의 명언 중 하나가 예전 독일 월드컵에서 호주 대표팀을 맡았을 때 일본을 꺾은 뒤 '한국의 명예 시민으로서 일본을 꺾었다'라고 말씀하셨는데 기억나세요?

히: 한국은 일본과 특수한 관계라는 걸 난 잘 알고 있지. 두 나라 사이의 특별한 관계가 있기 때문에 나온 얘기였고, 그렇게 화제가 될 줄은 사실 몰랐어. 그걸 원했던 것도 아니었고.

박: 나중에 혹시 남아공 월드컵에서도 러시아 대표팀 감독으로서 일본을 이긴다면 이같은 멋진 말씀을 해주실 건가요?

히: 글쎄, 그런 얘기가 떠오를 지는 모르겠는데. 하지만 꼭 이겨야겠지. 러시아 팀을 맡고 있지만 일본이 아닌 다른 나라 예를 들면 코스타리카를 상대로 싸워도 이겨야 하고. 스포츠는 일단 이겨야 해. 물론 중요한 건 정당하게 이겨야하지. 만약 러시아가 한국을 상대로 싸운다 해도 나는 어떻게든 이기려고 노력할 거야. 경기에서 정정당당하게 치열하게 열심히 싸워서 이기는 것, 그게 바로 스포츠인으로서의 숙명이지.

박: 최근 한국이 월드컵 예선에 통과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히: 멀리서도 무척 기뻤지. 선수들도 잘 뛰었고 붉은 악마도 축구 대표팀을 잘 서포트 했어. 러시아 대표팀은 아직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는데 열심히 노력해서 티켓을 따내야지. 러시아 선수들은 노력을 많이 해야 돼.

■ 박경림은?

- 생년월일: 1979년 3월 30일
- 가족: 남편 박정훈, 아들 민준
- 신체: 158cm 50kg
- 학교: 예일여중-동명여고-동덕여대 방송연예과-숭실대학원 국제통상학부 PB학부 석사
- 데뷔: 1998년 KBS 2FM '이본의 볼륨을 높여요'
- 수상: 제37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예능상(01) MBC 방송연예대상 대상(01) 골든디스크 특별상(02) MBC 연기대상 라디오 부문 우수상(06)
- 주요 출연작: MBC 시트콤 '뉴 논스톱' '귀엽거나 미치거나' MBC 라디오 '박경림의 별이 빛나는 밤에'

■ 거스 히딩크(Guus Hiddink)는?

- 생년월일: 1946년 11월 8일, 국적 네덜란드
- 가족: 3남 중 차남, 슬하 2남, 현재 연인 엘리자베스
- 신체: 182cm
- 소속: 러시아 국가대표팀 감독
- 활동: 1967년 데 그라프샤프 입단, 선수 생활/ 1983년~86년 PSV 아인트 호벤 코치 / 1986년~90년 PSV 아인트 호벤 감독 / 1998~99년 스페인 레알마드리드 감독 / 2001년 한국 대표팀 감독
/ 2008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팀 감독

[JES]

[박경림의 300mm 인터뷰] 히딩크 편
① "러시아와 한국 사람들의 반응 차이점은…"
② 히딩크 감독 히딩크 "남아공서 한국과 러시아가 붙는다면…"
③ 히딩크 "한국女보다 러시아女가 더 예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