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차 법정 최후진술 “신중하지 못해 주위 분들 고통 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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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연차(64·사진) 전 태광실업 회장은 7일 법정 최후진술을 통해 “사회적으로 너무나 큰 물의를 일으켜 국민께 죄송하다”고 말했다.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 전 회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신중하게 생각하고 행동하지 못해 주위 분들을 힘들게 만든 데 대해 책임을 뼈저리게 느낀다”며 진술을 시작했다.

그는 “돌이켜보면 아무리 친분이 있는 분들을 도와주려 했다거나 그분들이 요청했다고 해도 그런 일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면서 “앞으로 회사에 이익이 생긴다면 정말 더 좋은 일에 쓰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전 회장은 이날 파란색 마스크를 쓰고 교도관들의 부축을 받으며 법정에 들어섰다. 최후진술을 할 때는 “앉아서 말해도 좋다”는 재판장의 양해에도 불구하고 변호인의 부축을 받은 채 서서 미리 준비해 온 글을 읽었다. 떨리는 목소리로 글을 읽던 그는 “육체적 고통이 심한 데다 정신적 고통으로 진통제와 수면제를 복용하고 있다. 제가 저지른 잘못을 씻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는 대목에서는 울먹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박 전 회장의 변호인은 박 전 회장의 뇌물 공여 등 혐의의 기본 사실 관계를 모두 인정한 뒤 “그동안 쌓아온 기업인으로서의 업적과 사회공익 활동, 건강문제 등을 고려해 선처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법정에서 구형을 하지 않고 재판부에 서면으로 제출키로 했다. 검찰은 “선고 기일이 정해지지 않아 관례에 따라 구형도 늦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심 공판에서 구형을 하지 않은 것은 이례적이어서 박 전 회장 구형량에 대한 논란을 피하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편 박 전 회장은 이날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그는 정 전 비서관의 3억원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권양숙 여사와는 상관없이 청와대 행사 경비에 쓰라고 준 것”이라고 말했다. 3억원을 정 전 비서관이 개인적으로 받았다는 게 검찰의 입장이나 정 전 비서관은 권 여사의 지시로 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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