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잭슨 … 별들도 흐느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의 마지막 길은 외롭지 않았다. 그의 장례식이 거행된 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전역은 그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는 친구와 유명인사, 팬으로 붐볐다. ‘미국판 다이애나비 장례식’으로 불린 그의 장례식에는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다고 AP 등 외신들이 전했다.

마이클 잭슨의 장례식을 하루 앞둔 6일(현지시간) 한 여성 팬이 로스앤젤레스 ‘포리스트 론’ 공원 묘지 앞에서 두 손을 모으고 잭슨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하고 있다. 잭슨의 시신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주연 배우 클라크 게이블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묻힌 이곳에 7일 안치됐다. [로스앤젤레스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CNN과 인터뷰를 하면서 “잭슨은 우리 시대 위대한 연예인 중 한 명”이라며 “엘비스 프레슬리나 프랭크 시나트라, 비틀스와 마찬가지로 그는 우리 문화의 핵심”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의 비상한 재능과 음악은 개인적인 엄청난 비극이나 어려움과 연관돼 있다”고 말했다.

◆톱스타들 속에 묻히다=잭슨은 공식 추모 행사가 열리기 전인 오전 8시 할리우드 힐스에 있는 ‘포리스트 론’ 공원 묘지에 안장됐다. 잭슨의 시신은 2만5000달러의 14K 도금청동관에 안치됐다. 경찰과 보안 요원들의 삼엄한 경비 속에 진행된 장례식에서 가족과 친구들은 잭슨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LA 중심부에 자리 잡은 이 공원 묘지에는 ‘카사블랑카’의 험프리 보가트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클라크 게이블 등 유명 할리우드 스타가 묻혀 있다. 할리우드 명예의 거리에 있는 잭슨의 별 앞과 그의 저택인 네버랜드에는 수천 명의 팬들이 찾아 꽃과 추모 카드 등을 남겼다.

잭슨의 집 밖에 팬이 남긴 사진. 잭슨이 막내 아들 프린스 2세에게 키스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 AP=연합뉴스]

◆LA 스테이플스센터서 장례식=팝의 황제를 보내는 공식 장례식이 열린 LA 스테이플스센터에는 할리우드 유명 스타들이 총출동했다. 90분간 진행된 행사에는 스티비 원더, 라이어넬 리치, 머라이어 캐리, 얼리셔 키스 등 유명 팝스타 등이 추모 공연에 나서 고인의 희망대로 지상 최대 쇼의 면모를 보여줬다.

장례식에는 아카데미 수상자인 제니퍼 허드슨, 농구선수인 코비 브라이언트와 매직 존슨, 잭슨의 여자친구였던 배우 브룩 실즈가 참석해 잭슨을 배웅했다. 흑인 레코드 회사인 ‘모타운’의 설립자인 베리 고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아들인 마틴 루서 킹 3세도 슬픔을 함께 했다. 영국의 장기자랑 프로그램 ‘브리튼즈 갓 탤런트’에 출연해 잭슨을 완벽하게 흉내 내 주목받았던 초등학생 새힌 자파골리도 초청받았다.

그러나 잭슨의 절친한 친구인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장례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테일러는 트위터를 통해 지인에게 “나의 슬픔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장례식장 앞, 수십만 명 몰려= 2만 석 규모의 스테이플스센터에는 장례식 입장권 추첨에 당첨된 일반인 1만7500명이 그들의 영원한 우상 잭슨을 기렸다. 이들은 입장을 위해 번쩍이는 손목 밴드를 착용했다. 160만 명 이상이 몰린 추첨 경쟁에서 당첨된 8750명은 6일 LA 다저스 스타디움에서 1인당 2장씩 표를 받아갔다. 온라인 경매 사이트인 이베이와 크래이그스리스트 등에서 한때 장례식 입장권이 2만달러까지 호가했지만, 해당 사이트는 광고 배너를 삭제했다. 장례식에 참석한 조이 대니얼(22)은 “한때 표를 팔까도 생각했지만 잭슨의 장례식은 역사적 사건인 만큼 포기할 수 없었다”며 “나의 자식과 손자들에게도 내가 이곳에 있었다고 꼭 이야기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스테이플스센터 인근에는 행사장에 들어가지 못했으나 잭슨의 마지막 길을 함께하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수십만 명의 팬이 몰렸다.

◆“400만 달러의 경제효과”=잭슨을 추모하기 위해 LA를 찾은 인파 통제에 경찰과 보안 요원들이 추가 배치되자 재정상 어려움을 겪는 LA의 부담이 더 커진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시의회 의원인 데니스 지네는 “잭슨 행사에 시가 250만 달러를 지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그러나 잭슨의 장례식이 지역 경제에 주는 긍정적 효과는 LA 주민의 세금 부담보다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6일 보도했다. 로빈 매클레인 LA 관광청 대변인은 “잭슨의 장례식을 찾은 사람들이 호텔과 기념품 구입, 식사와 다른 여러 곳에서 지출하는 총액이 4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며 “호텔 예약은 지난주에 비해 40%나 늘어났다”고 밝혔다.

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