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백화점은 겨울“긴팔옷 미리 사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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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백화점들이 여름 정기세일을 끝내기가 무섭게 봄.가을.겨울용 이월상품을 싸게 처분하는 '4계절 제품 기획전' 에 일제히 돌입했다. 이번 계절용품 세일전은 종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적지 않다.

우선 행사 시기가 지난해보다 한달 이상 빨라졌다. 예년 같으면 제법 쌀쌀해지는 8월 중순 이후에나 계절용품 세일 행사가 시작됐다.

여름상품 판매를 마무리한 뒤 가을 새상품이 나오기 전에 재고를 처분하는 '징검다리 행사' 성격이 강했으나 올해는 대부분 백화점이 이달말이나 8월초엔 행사를 마칠 계획이다.

이처럼 올 행사가 빨라진 것은 무엇보다 엘니뇨 등 기상이변 때문이다. 무더위가 일찍 찾아오는 바람에 여름상품의 출시.소진이 예년보다 20~30일 이상 앞당겨지면서 그 공백을 메워주기 위한 계절상품행사도 그만큼 빨라진 것이다.

재고행사에 출시된 제품들이 예년보다 젊어진 것도 새로운 변화다. 롯데.그랜드백화점 본점 등 대다수 백화점들이 계절 기획상품 매대의 90% 이상을 지난해 말과 올 봄에 출시된 '새내기' 재고품으로 단장했다.

지난해만 해도 2~3년 묵은 재고 물량이 꽤 많았으나 올들어서는 2년차 '고참' 상품을 매장에서 찾기 힘들 정도다.

제조업체들이 상반기중 각종 기획할인행사를 수차례 열고 중국.동남아 등지에 땡처리 수출을 하면서 재고 물량을 거의 소화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4계절 행사용 물건은 지난해보다 줄어들었다는 것이 업계의 추산이다.

신세계.현대 등 대형 백화점 바이어들은 관련 재고물량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서울 문정동.목동 등지에 몰려 있는 아울렛 전문매장들이 신상품까지 끌어들여 할인판매에 나서는 경쟁도 백화점을 자극했다.

백화점 관계자는 "고객을 전문매장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가급적 최신 재고품을 들여놓고 있다" 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전반적으로 수요가 부진하기 때문에 상품이 달릴 염려도 그리 크지 않을 전망이다. 오히려 할인율이 크게 높아짐으로써 값 싸게 쇼핑할 기회로 활용할만 하다.

예년의 경우 계절용품 기획전의 할인폭은 커봤자 50% 정도였으나 올해는 60~90%까지로 높아졌다. 제조업체들이 이번 행사기간중 가급적 재고부담을 털어보려고 앞다퉈 할인폭을 높여잡는 추세다.

의류회사 관계자는 "당장 현금이 급해 재고물량을 내년까지 끌어안고 가기에는 부담이 크다" 며 "행사가 막바지로 갈수록 값이 더 내려갈 가능성도 있다" 고 말했다.

표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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