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프로원년 성공이 여자농구 살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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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여자농구가 오는 28일 장충체육관에서 개막되는 한국여자농구연맹 (WKBL) 여름리그를 통해 새롭게 출발한다.

WKBL 원년리그가 여자농구 중흥의 기폭제가 될 것인지 농구계의 기대가 크다.

한동안 대회다운 대회조차 열지 못하던 여자농구가 '절반' 이나마 프로의 옷을 입고 새출발하는 것을 환영한다.

그러나 출전팀의 면면이나 일정을 살펴볼 때 졸속 출범이 아닌지 우려된다.

이번 대회엔 프로팀 삼성.현대.신세계와 아마추어인 국민.상업은행, 그리고 초청팀인 일본의 재팬에너지와 호주의 AIS클럽 등 7개팀이 출전한다.

그러니까 '프로도 아마추어도 아닌' 어중간한 형태의 리그인 셈이다.

이 모호함은 이 리그가 어느 순간 엉망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의미한다.

특히 은행팀들은 '프로' 라는 타이틀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은행팀들은 '돈이 많이 드는' 프로팀을 보유할 수 없는데다 WKBL이 프로를 고집하면 탈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은행팀의 탈퇴는 곧 리그 해체로 직결된다.

팀이 3개로 줄면 WKBL의 존재이유도, 구단을 보유한 기업들이 팀을 꾸려갈 명분도 사라진다. 결국 원년리그가 성공해야 WKBL은 물론 여자농구의 살 길이 열린다.

관중이 몰리고 팬들이 열광하면 은행도 농구에 투자할 의욕을 얻을 것이다.

그렇기에 기존 13개팀 중 8개팀이 해체되는 진통속에 리그를 출범시킨 WKBL의 책임은 무겁다.

이런 점에서 그동안 여자농구의 병폐였던 팀이기주의와 인맥.학맥을 내건 주도권 다툼, 심판매수 시비가 이번 만큼은 사라지길 기대한다.

지금은 생존의 논리가 우선인 시기다.

허진석 체육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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