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1 재보선]'흑색' 처벌 1호 누가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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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 재.보선이 끝나면 어느때 보다 많은 사법시비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권이 지역감정 조장과 흑색선전을 선거판에서 완전 퇴출시키겠다며 벼르기 때문이다.

김대중대통령이 직접 흑색선전이나 금권선거는 끝까지 추적해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천명했고, 국민회의도 법적.정치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여권이 이처럼 눈을 부라리는 것은 이번 재.보선 과정에서 흑색선전과 금품 살포라는 고질적 병폐가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달했다는 판단에서 비롯한다.

여권은 특히 6.4지방선거 이후의 지역감정 조장행위 엄벌이 상당한 효과를 거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진행중인 광범위한 검찰 수사가 정치권을 압박하면서 스스로 자제하는 모습이 역력하다는 것이다.

이번 재.보선이 극도로 혼탁했음에도 지역감정 조장행위는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 또한 여권으로 하여금 자신감을 갖게 하고 있다.

그래서 여권은 흑색선전 척결을 위해 제도적 장치 마련과 인적 청산이라는 두가지 각도에서 접근하고 있다.

정균환 (鄭均桓) 국민회의 사무총장은 선거법 개정을 통한 보완장치와 함께 이번 선거에서 고발된 인사들의 사법처리 의지를 분명하게 밝혔다.

우선 흑색선전 행위가 확인될 경우 무조건 당선을 무효화하고 피선거권을 수년동안 박탈토록 처벌조항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흑색선전죄 처벌이 7년 이하의 징역으로 상한선을 긋고 있지만 앞으로는 3년 이상 징역이라는 하한선 개념으로 접근해 사소한 흑색선전 행위라도 반드시 강한 처벌을 받도록 고친다는 방침이다.

또 후보비방죄 역시 3년 이하 징역에서 1년 이상 징역으로 대폭 강화할 생각이다. 문제는 '시범 케이스' 를 누구로 하느냐는 것이다.

鄭총장은 21일 金대통령과 아태재단 비자금 살포를 주장한 이한동 (李漢東) 총재권한대행을 공개리에 지목했다.

투표가 진행중인 시간에 기자실을 찾은 鄭총장은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김홍신 (金洪信) 의원의 공업용 미싱발언에 이은 李대행의 터무니없는 흑색선전은 민심을 흐려놓고 표를 얻겠다는 얄팍한 술수로 응당 척결해야 한다는 게 당의 확고한 입장" 이라고 단언했다. " (李대행의 발언에 대해) 법적.정치적 책임을 반드시 묻겠다" 는 언급이 빈말이 아니라는 얘기다.

물론 여권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조치가 현실화할 지는 미지수다.

어차피 한나라당측이 정치보복을 주장하며 극한 대결을 불사할 게 뻔하고, 특히 야당의 거물인 李대행을 사법처리하려들 경우 정치적 부담도 만만찮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권 내부에선 "두고보라" 고 얘기하고 있다.

과거처럼 선거가 끝났다고 흐지부지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장담이다.

여권의 의지가 이처럼 단호한 만큼 李대행 등 흑색선전 행위로 지목된 당사자들의 처리여부가 뜨거운 정치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더욱이 정계개편과 맞물리게 됨으로써 8월정국 파고는 더 거칠어질 게 분명하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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