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마당극큰잔치 초청 동춘곡예단 박세환 당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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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연극무대가 캄캄해지면 울음을 터뜨리는 아기들이 많다.

암전 (暗轉) 같은 연극적 장치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는 발생학적 증거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최소의 무대장치로, 열린 공간에서 진행되는 '마당극 (open air theatre)' 을 '인류문화의 원형에 가장 밀착한 연희양식' 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작년 세계연극제 수도권행사의 하나로 출발한 마당극큰잔치는 연인원 17만을 동원, 과천시가 연례화하기로 할 만큼 성공적인 첫해 수확을 거뒀다.

주최측이 진단하는 성공 이유는 무엇보다도 '마당' 의 열린 성격. 객석은 수준급 해외초청작을 비롯해 전공연이 무료로 공개됐고, 무대는 주류 연극계에서 대접받지 못하던 마당극 단체들에게 폭넓게 개방됐다.

이 마당이 70년 역사의 동춘곡예단을 마다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참가공연 중 유일하게 유료이면서도 조직위 내부의 떨떠름한 여론을 잠재울 만큼 성황을 이뤘던 동춘곡예단은 급기야 올 9월 제2회 과천세계마당극큰잔치에 다시 초청됐다.

"서커스야말로 가진 자.없는 자.배운 자.못배운 자.남녀노소 누구가 즐길 수 있는, 대중예술의 원조이자 중추" 라고 말하는 이는 동춘곡예단장 박세환씨 (56) .작년 참가작 중에 콜롬비아극단의 공연을 가장 재미있게 봤다는 그는 서커스와 마당극의 공통된 재미를 한마디로 설명한다.

"말이 없어도 이해된다" . 마당극 한곁에 차려진 곡예단 천막을 보며 연극관객들은 고개를 갸우뚱했지만 박씨에게는 그들의 고개짓이 오히려 이상스러웠다.

곡예단의 전성기였던 50, 60년대만 해도 한 무대에 곡예, 연극 (악극) , 만담과 노래가 차례로 어우러졌기 때문이다.남사당까지 거슬러가면 더 그렇다.

"늘어진 줄을 타는 남사당패 줄타기가 팽팽한 줄을 타는 서양줄타기보다 한수 위" 라는 설명도 곁들인다.

박씨는 "의상이나 장비가 좀 볼품없어 그렇지, 아슬아슬한 기술만큼은 영국이나 프랑스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고 자부했다.

그런 그의 바람은 딱 두 가지다.

상설극장을 비롯해 '이만하면 곡예도 할 만하다' 싶을 여건을 후계자에게 물려주는 것과 세계 최고수준의 북한곡예단과 합동공연을 성사시키는 것. 경주의 명문가 종손의 책임을 팽개치고 곡예단을 따라나선 박씨의 '딴따라' 피는 미국 버클리대에서 음악을 전공하는 막내딸이 잇고있다.

방학을 맞아 한국에 나온 딸과 함께 무대에 서는 일은 요즘 수원 아주대 앞에서 공연중인 그의 더 할 나위없는 낙. 9월 과천무대에 대해서는 "무대 장치를 좀 더 화려하게 꾸며 뭔가 보여줄 것" 이라고 단언한다.

"재미없으면 입장료 반환" 의 선전문구가 눈에 익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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