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A가 팬들과 소통하는 법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121호 16면

LPGA투어는 보통 1년에 30개 내외의 대회를 연다. 올해는 13개 대회가 끝났는데 이 가운데 네 차례나 한국 선수가 우승을 차지했다. 그런데 한국 선수가 우승할 때마다 이런 질문을 받는다.

정제원의 캘리포니아 골프 <66>

“한국 선수가 잘하는 건 좋은데 이러다간 LPGA투어 문 닫는 거 아닌가요. 영어도 잘 못하는 이방인이 번번이 우승해 버리니 스폰서나 투어 사무국이 좋아할 리가 있겠어요.”

맞는 말이다. 지난해 LPGA투어 사무국이 영어 의무화 정책을 발표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비록 여론의 뭇매를 맞고 이 정책을 철회했지만 LPGA투어 사무국이 위기감을 느끼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이 있다. 요즘 LPGA투어 인터넷 홈페이지(www.lpga.com)에 들어가 보면 변화의 기운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웹캐스트(webcast)다. 인터넷을 뜻하는 웹(web)과 방송이라는 뜻의 브로드캐스트(broadcast)를 합친 단어다. 대회 때마다 주요 경기 내용, 선수 인터뷰 등이 인터넷 방송을 통해 골프 팬들을 찾아간다. 흡사 골프 채널을 시청하는 듯한 느낌이다.

유튜브(youtube)에선 화제가 될 만한 동영상을 무료로 볼 수 있다. 강수연이 코닝 클래식 마지막 홀에서 4퍼트를 해 우승을 놓쳤다는 소식도 유튜브를 통해 전해진다.

트위터(twitter)도 빼놓을 수 없다. 단문 메시지 서비스, 마이크로 블로깅쯤으로 번역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이다. 선수들과 골프 팬들이 친밀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고안해 낸 것이다. LPGA투어 사무국은 이것만으로도 모자라 대회 때 일부 선수에게 마이크를 달아 준 뒤 그들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방송에서 들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PGA투어 역시 변화의 흐름에 동참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PGA투어닷컴(www.pgatour.com)에 들어가면 초기 화면에 동영상이 뜬다. 이번 주에는 AT&T내셔널 대회 소개와 우승 전망을 해 보는 4분24초짜리 동영상이 ‘방송’되고 있다. 이쯤 되면 골프계에도 정보기술(IT)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의 여자골퍼는 전체 선수의 30%를 넘는다. 말도 안 통하는 외국 선수들이 잇따라 국내 투어에서 우승했다면 우리나라에선 문을 닫아걸어야 한다고 난리가 났을 법하다. 그러나 LPGA투어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대신 IT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골프에 접목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고는 그 콘텐트를 외국에 팔아먹을 궁리를 하고 있다. 국적과 인종·언어에 상관없이 전 세계 골프 팬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IT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선수들이 많이 우승하면 LPGA투어가 문을 닫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기우에 불과하다.

PGA투어와 LPGA투어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다가 국내 남녀 프로골프를 주관하는 KPGA투어나 KLPGA투어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한숨만 나온다. 동영상은커녕 선수들의 기록 관리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는 수준이다. 특히 남자 프로골프를 관장하는 KPGA투어의 홈페이지는 내용이 빈약해 들어가기조차 민망할 정도다. 이 사람들은 웹캐스트나 트위터란 단어를 들어나 봤는지 모르겠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