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의 치국 상상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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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호 02면

서민 중시는 치국(治國)의 전략이다. 이명박(MB) 대통령은 서민 출신이다. 서민은 그의 과거 성공신화의 바탕이다. 서민 이미지 탈환 공세는 그의 자존심과 연결돼 있다. 부자 정권이라는 평판은 그로선 참을 수 없을 것이다. 그의 떡볶이 집 방문부터 화제를 낳았다. 이벤트 정치 쇼라는 비판도 거셌다. 하지만 논란 자체가 그 공세의 효력을 확인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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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은 한국에서 위력적이다. 부자를 위한 정권이라는 딱지는 치명적이다. 민심 이반의 원천이다. MB의 친(親)서민 행보는 그런 이미지를 씻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노무현 조문 정국의 교훈적 메시지다.

MB는 친서민의 논리적 발판도 내놓았다. 중도강화론이다. 중도와 서민은 이제 MB의 국정 브랜드다. 그 브랜드를 내세워 국정 혼선을 돌파하려 한다. 우리 사회 좌우 이념의 대치 상태는 험악하다. 중도 강화는 정치·경제적 양극화에 따른 갈등을 해소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중도는 권력의 기회주의적 유약함으로 비춰질 수 있다. MB의 기반은 보수 우파다. 우파 쪽에서 불신과 실망감이 터져 나온다. 좌파로부터는 경멸과 경계의 대상이다. 중도 실용의 실천은 쉽지 않다. 성공의 조건은 있다. 중도를 하려면 역설적으로 이념 대립의 근원부터 익숙해야 한다.

이념적 반목은 해방 공간부터 본격화했다. 6·25 전쟁은 그 상처를 심화시켰다. 내전의 후유증은 오래간다. 외국과 벌인 전쟁보다 참담하다. 미국의 내전인 남북전쟁도 비슷하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나라를 재통합했다. 그 과정에서 남부를 잔혹하게 평정했다. 하지만 참혹함의 기억은 유전인자처럼 남아 있다. 남부에선 링컨의 감성적 인기는 낮다. 동상도 찾기 어렵다. 올해가 링컨 탄생 200주년이다. 북부에서 대규모 기념행사가 있었다. 남부에선 그런 장면은 드물다.

6·25는 승패를 결판 짓지 못했다. 전쟁의 후유증은 더욱 악성이다. 좌파 세력 가운데 과격 친북 좌파가 여전히 설친다. 그들은 갈등의 현장에 출몰한다. 그리고 인권·민주라는 어휘로 위장한다. 그리고 진보의 순수한 이슈를 변질시켜 놓는다.

한국의 대통령은 이념 충돌의 역사를 꿰뚫고 있어야 한다. 그 분야의 학습 능력은 리더십의 숙명적 과제다. 중도 강화는 전략적 무기를 갖춰야 한다. 한 손에 서민, 다른 한 손에 법치의 깃발을 내걸어야 한다. 법치는 헌법정신의 실현이다. 이념 갈등을 약화시키려면 법치에 충실해야 한다.

그러면 이념 전선에서 친서민 노선은 힘을 발휘한다. 정규직 노총 지도부는 대다수 귀족 노조 출신이다. 정규직 지도부는 비정규직의 서민적 비애와 고통을 제대로 알 수 없다. 대기업 노조와 비정규직을 분리, 접근해야 한다. 정부는 친서민 깃발을 달고 비정규직 해법을 마련해줘야 한다.

공기업의 탈선 행위가 다시 드러났다. “연간 휴일 171일, 해외 연수 규정이 바뀌자 관광 상품 400만원을 변칙 지급··”. 신의 직장은 난공불락이다. 여기에 서민의 위화감과 분노를 퍼부어야 한다. 서민들도 망해가는 공기업을 살리려고 세금을 낸다. 친서민의 잣대로 개혁을 거부하는 공공기관을 뜯어고쳐야 한다.

좌파 중 과격 3류 좌파들은 궐기 상태다. 그들은 정권 독재론을 어설프게 내놓았다. 그러나 대다수 서민은 그런 선동을 외면한다. 3류 좌파의 궐기는 건강한 서민들의 궐기로 막을 수 있다.그들은 합리적 좌파와 과격 좌파를 구분할 줄 안다.

서민 우선은 국민 통합의 기반이다. 그렇다고 서민 중시 정책이 포퓰리즘으로 흐르면 안 된다. 서민과 부자를 가르는 이분법은 국론을 분열시킨다. 노무현 정권 시절 이분법식 정책 탓에 강남 아파트 값은 2, 3배 뛰었다. 부자 좋은 일만 해줬다.

서민 중시와 법치의 조화는 국정의 장래를 보장한다. MB정권은 치국의 실천적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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