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리 숨가빴던 4R]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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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6번 홀에서 7.5m의 롱 퍼팅이 홀컵으로 빨려들어갔다.

23언더파. 이 기록의 가치를 아는 갤러리들은 환호로 박세리에게 축하를 보냈다.

남은 두 홀은 모두가 파5의 롱홀. 장타자 박세리는 3일 동안 이 두 홀에서만 무려 5개의 버디를 잡아냈다.

박세리에게 새 기록 작성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모두에게 낙관적인 분위기가 흐르는 순간 위기가 닥쳐왔다.

17번 홀 박세리의 드라이브 샷은 오른쪽으로 휘면서 페어웨이를 벗어났다.

다행히 러프 (풀밭) 는 그리 깊지 않았다.

기록에 대한 욕심에 박세리는 무조건 우드를 잡았다.

곧 골프채 선택 자체가 실수였음이 판명됐다.

박세리의 두번째 샷은 더욱 나빴다.

오른쪽으로 휘면서 더 깊은 러프로 들어갔다.

앞에 나무가 가리고 있기 때문에 세번 만에 그린에 올리는 것마저 쉽지 않아보였다. 자칫 보기가 나오면 지금까지 벌어놨던 기록까지 놓칠 위험에 몰렸다. 다행히 웨지샷이 장애물을 넘었다.

공은 그린 바로 앞의 페어웨이에 멈춰 섰다.

퍼터로 친 공은 다시 홀컵 2.5m에 못미쳤다.

신중에 신중을 기한 퍼팅은 홀컵을 제대로 찾아들었고 다른 어떤 버디퍼팅보다 힘들었던 파퍼팅에 성공했다. 17번 홀에서 혼이 난 박세리는 18번 홀에서는 무리하지 않았다. 드라이버는 페어웨이를 찾아갔다.

두번째 샷도 그린을 노리지 않았다.

홀컵 약 60야드 정도 거리에 떨어진 세번째 샷에 약간의 실수가 있었지만 박세리의 표정은 담담했다.

버디를 노리는 마지막 찬스. 그러나 5m의 퍼팅이 홀컵 오른쪽을 비켜나갔다.

72홀 최다 언더파의 신기록이란 대기록을 놓친 박세리의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다.

왕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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