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tyle, My life] 내 여행친구, 머플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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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패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영순 상무에게 휴가는 ‘배려의 시간’이다. 새로움을 찾는 게 숙명인 직업이고 보니 스스로에게 새로운 것을 선물할 시간을 주고 싶고, 그때가 바로 휴가다. 그가 휴가 때마다 빼놓지 않고 챙겨가는 세 가지는 바로 이것이다.

냉방 강한 실내서도, 쌀쌀한 밤에도

색깔별로 3~4장의 큰 머플러는 반드시 챙긴다. 더운 지역일수록 실내는 냉방시설이 잘 돼있어 춥다. 민소매 옷을 입을 때 어깨를 넉넉히 감싸는 정도의 머플러만 있으면 실내에서 멋내기에 좋고 보온용으로도 알맞다. 물론 밤바람이 쌀쌀한 실외에서도 머플러는 쓰임이 많다. 촘촘하게 짠 면 또 가벼운 캐시미어 소재가 적당하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푸른색은 반드시 넣어가고, 베이지색이나 옅은 갈색 또는 회색처럼 어떤 옷에나 잘 어울리는 색상도 빼놓지 않는다.

『랭포드의 사진강의』 가방에 쏘옥~

휴가를 갈 때마다 평소 공부하고 싶었던 분야의 책을 가져간다. 올여름 휴가 땐 사진 찍기의 기초 이론을 배워볼 생각이다. 사진은 어떤 여행에서든 ‘기억’을 대신한다. 폴라로이드로 찍어 사진에 직접 메모해 두거나 디지털 카메라로 찍고 휴가에서 돌아오자마자 간단한 메모를 적어 보관해 둔다. 새로운 것을 접했을 때의 모든 느낌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싶어서다. 올해는 휴가지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좀 더 선명하고 완성도 있게 기록하는 법을 공부할 계획이다. 사진학과 교수님이 추천해 준 책은 『랭포드의 사진강의』(북스힐)다. 전 세계 사진학과 학생들의 필독서인 이 책은 올해 초 우리말로 출간됐다.

진정한 와인을 느낀 그곳, 미션힐

지난해 여름휴가 때 다녀온 캐나다의 ‘미션힐 와이너리’에서는 뜻밖의 수확을 올렸다. 3년 전 아기 다다시의 만화 『신의 물방울』을 읽으면서 관심을 갖게 된 와인 공부가 미션힐 와이너리에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다른 휴가지에서도 우리 부부의 와인 공부는 계속됐지만, 이곳에서는 조금 달랐다. 태평양에 연해 있는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오카나간 지역에 있는 이 와이너리는 아름다운 자연과 멋진 레스토랑, 훌륭한 와인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곳이다. 와인 이름 외우는 데만 급급했던 나는 이곳에서 와인을 음미하는 새로운 방법을 배웠다. ‘자연과 음식이 함께 어우러졌을 때 빛나는 와인’이 진짜 멋진 와인이라는 점이다. 이후, 어딜 가든 식당에서 그 지역 사람들이 즐겨 찾는 가장 대중적인 와인을 추천받아 경험해 보는 것이 나만의 노하우가 됐다.


김영순 현재 LG패션 여성복 디자인 총괄. 90년대 국내 여성복 대표 브랜드인 DECO의 디자인을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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