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해병대군악대 창단 200주년 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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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워싱턴 펜실베이니아 애브뉴 1600번지. 이곳 백악관 이스트 룸에서 수자의 행진곡 '워싱턴 포스트' 가 울려 퍼지면 그것은 틀림없이 미국 해병대군악대 (U.S.Marine Band) 의 연주다.

백악관의 '궁정악단' 으로 각종 행사는 물론 음악회를 이끌어온 해병대군악대가 지난 11일 창단 2백년을 맞아 케네디 센터에서 기념 공연을 열었다.

미국서 현존하는 연주단체로는 최고령인 해병대군악대는 1백53곡에 이르는 행진곡을 작곡해 '행진곡의 왕' 으로 불리는 존 필립 수자가 1880년부터 1892년까지 이끌었던 악단. 85년 다이애나 황태자비가 백악관에서 영화배우 존 트라볼타와 춤을 출 때 음악을 연주한 것도, 91년 7월1일 노태우 대통령의 미국방문 때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하이라이트를 반주한 것도 이 악단이었다.

1898년 존 애덤스 대통령 재임당시 대통령령으로 출범할 당시 트럼펫과 드럼을 연주하는 33명의 남성들로 구성됐으나 2백년이 지난 현재 단원수는 1백43명. 그중 3분의1이 여성이다.

다양한 악기편성으로 행진곡 뿐만 아니라 현악4중주나 재즈 등 어떤 음악도 연주할 수 있다.

대통령 취임식때 해병대 군악대가 첫선을 보인 것은 1801년 3월4일 토마스 제퍼슨의 취임식 때. 국빈 영접은 물론 루즈벨트.링컨 대통령의 장례식 행렬을 이끌면서 백악관 식구들과 기쁨과 슬픔을 함께 해왔다.

'백악관 주인' 의 음악취향에 따라 연주하는 곡이 달라지긴 했지만 바쁜 국정 가운데도 음악을 듣는 여유를 잃지 않는 미국의 전통이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지금까지 1백70년간 연주해오고 있는 '대통령 행진곡' 은 1828년 7월 오하이오 운하 착공식에서 존 애덤스 대통령을 위해 처음 연주했던 곡. 그후 존 타일러 대통령의 부인이 남편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이곡을 연주해달라고 요청했다.

이곡은 원래 1812년에 발표된 뮤지컬 '호수의 여인' 에 나오는 스코틀랜드 장교를 위한 뱃노래였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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