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공기업]민간과 경쟁 사업하다 적자만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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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충남의 한 기초자치단체는 지난해 메밀국수집을 냈다.

공무원들이 직접 파견돼 서비스를 했다.

겉으로는 시민들에 깨끗하고 맛있는 메밀을 맛보게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그러나 실은 부족한 세수를 메우기 위해 시가 직접 장사를 해 돈을 벌겠다고 나선 것이다.

인근 음식점들은 장사를 망친다며 거세게 항의했으나 시는 밀어붙였다.

이 음식점은 그러나 적자에 허덕이다 몇달만에 문을 닫았다.

영남지역 공기업들 중에도 이런 경우가 많다.

지리산 자락인 경남산청군삼장면덕교리 (주) 무학산청샘물 공장. 경남산청군 (49%) 과 무학그룹 (51%) 이 96년 제3섹터 방식으로 세운 회사다.

자본금 50억4천만원. 이곳에서는 이달들어 하루에 고작 대형트럭 6~7대가 생수를 실어 내고 있을 뿐이다.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다.

이 회사는 설립 첫해 20억원, 이듬해인 지난해에는 그 두배인 40억원의 적자를 보는 등 적자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대형수퍼들과 생수도매상들은 이 회사제품의 판매를 꺼리고 있다.

일반 생수업체들은 '무자료 거래' 도 해주고 마진폭도 30%이상 보장해 준다.

무학산청샘물은 공기업의 체면상 이같은 거래방식을 따라갈 수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고 민간업체와 겨뤄볼만한 뛰어난 경영기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공기업은 원래 엄청난 초기투자가 필요하나 투자비 회수에 오랜 기간이 걸리는 사회간접자본등 분야에 진출해야 옳다.

이런 분야도 비효율이 드러나 최근 민간에 맡기는 추세다.

부산~거제간 거가대교나 부산의 경전철등이 이런 예다.

지방정부는 돈벌이는 민간기업에 맡기고 그 기업의 영업이 잘 되도록 도와주는 일에 주력해야 옳다.

규제완화가 강조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업이 잘되면 세수가 늘어나 재정적자는 해소된다.

그럼에도 상당수 지방공기업들은 직접 돈벌이를 하겠다며 성급하게 민간영역에 뛰어들어 민간기업의 반발을 사고 있다.

그나마 장사도 제대로 못해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앞서 든 생수와 관광.주차장.무역 등 분야에 진출한 공기업들이 그렇다.

부산관광개발은 당초 아시안게임 골프장 조성, 해운대 온천개발, 아시아드 민속촌및 영화촌 건립 등 대규모 관광 레저 사업을 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도 공기업이 해야할 분야인지 의문이 있다.

그러나 이들 사업이 지연 되자 유람선 사업에 뛰어 들었다.

지난해 9월부터 부산항에 대형유람선을 띄웠으나 승객이 적어 적자를 내고 있다.

이 회사는 더구나 지난1일부터 영도 태종대 일주도로를 달리는 관광열차 운행에 나서 민간업자들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

이 열차는 일요일에는 4천여명이 이용하는 등 벌써 태종대의 명물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 관광열차가 운행되면서 같은 일주도로를 다니던 순환버스가 멈춰섰다.

부산시가 6월30일자로 운행중지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대륙관광사는 74년부터 이 순환버스를 운행해 왔다.

부산 관광업계는 "관광열차 운행은 민간영업분야" 라며 "부산시가 자본금을 잠식해 가고 있는 부산관광개발을 구하기 위해 민간기업을 죽였다" 며 반발하고 있다.

이 회사는 부산시를 상대로 법정투쟁을 벌일 준비를 하고 있다.

울산의 주차장 관리공단도 그렇다.

1백여명의 직원이 4천6백68면의 주차장을 관리하고 있지만 관리의 비효율로 수입보다 중간에서 새는 돈이 더 많다고 소문이 파다하다.

경남대 전하성 (全夏成.경영학) 교수는 "민간기업의 경우 모험.창의력을 가진 전문가 집단이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결정하지만 지방공기업은 사업성에 대한 철저한 검증없이 적당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고 지적했다.

全교수는 "경영효율을 높이기 위해 철저한 사후관리를 하거나 과감하게 민간에 넘겨야 한다" 고 주장했다.

부산.대구.울산.창원 = 송의호.강진권.김상진.황성윤.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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