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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유방확대 실리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인류학자들은 원시시대부터 여성의 풍만한 유방이 남성을 유인하는 강한 힘을 갖게 된 것은 종족 번식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지방질로 이뤄진 유방은 풍만할수록 출산에 유리하기 때문에 남성들은 보편적으로 자식을 많이 낳는 가슴 큰 여성을 선호했고, 풍만한 유방은 바로 건강의 상징이기도 했기 때문에 남성들에게 특히 '인기' 가 있었다는 것이다.

풍만한 가슴에 대한 남성의 선호가 본래는 '섹스 어필' 따위와 아무런 관계도 없었다는 얘기다.

여성들이젖가슴을 가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여성의 유방이 남성들의 성적 욕망을 자극하는 요소로 등장했다는 견해는 그래서 꽤 흥미롭다.

한때 중국사회에서 발을 꽁꽁 동여매는 전족 (纏足) 풍습이 유행이었을 때 남성들이 벗겨진 발만 보면 고도의 성적 흥분을 일으켰던 일과 같은 이치다.

브래지어를 착용하거나 보디페인팅으로 젖가슴의 본래 모습을 감추면서 여성의 유방은 에로틱한 물신으로 둔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남성들의 유방에 대한 선호가 그 크기에만 쏠린 것은 아니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까지는 몸집도 작고 유방도 조그마한 '가녀린 소녀' 의 이미지가 아름다움의 상징이기도 했으니까. '금발의 풍만한 젖가슴' 이 느닷없이 미녀의 기준으로 등장한 것은 2차세계대전 종전 직후였다.

바로 이 무렵 미국의 다우코닝사가 후에 여성의 유방 확장 수술용으로 각광받게 되는 실리콘을 생산하게 됐으니 그것도 운명이라고나 해야 할까.

한데실리콘 유방삽입술이 최초로 시술된 것은 62년이었지만 그 60년대는 트위기의 등장과 함께 있는 듯 마는 듯한 유방의 '보이시 룩' 이 유행되던 때여서 별로 재미를 보지 못하다 다시 볼륨있는 젖가슴이 섹스 어필의 대명사로 등장한 70년대 중반에야 빛을 보기에 이르렀다.

문제는 이 시술의 대중화와 동시에 유방에 삽입된 실리콘 겔의 파열로 만성피로감.류머티즘 등 면역체계와 관련된 질병을 호소하는 피시술자 (被施術者)가 속속 나타났다는 점이다.

소송에서 잇따라 패소하던 다우코닝사는 마침내 소송을 낸 여성 17만명에게 앞으로 16년간 총 32억달러의 손해배상을 해주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에덴동산의 이브처럼 여성들이 젖가슴만 가리지 않았던들 유방확대술이 등장할 수 있었을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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