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동아시아의 금융자유화와 개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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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동아시아의 금융자유화와 개방

-박영철著.금융연구원刊(영문판)

통화위기 이후 한국경제는 바닥을 모르는 불황의 늪속으로 여전히 침하하고 있다.

이같은 위기상황이 왜 왔을까. 그간 학계의 단편적인 진단은 많이 있었다.

그러나 저자와 같이 해박한 중진학자의 체계적 해설은 아직 없었다.

서문에서도 밝혔듯 정책당국과 가까우면서도 거리있는 '아웃사이더' 로서 참여와 경험을 토대로 쓰여진 이 책은 여러모로 우리의 관심을 끈다.

저자의 평소지론은 금융시장 개방 신중론이다.

이는 개발도상국 금융시장에 치명적인 정보비대칭 문제 (특히 도덕적 해이) 와 외부충격 완충장치 불비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이같은 저자의 신중론이 때로는 정부관료의 개방기피증을 옹호하는 것으로 잘못 오해되기도 했다.

저자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한국의 정책 수립자들이 개방전환기에 신중했으나 많은 판단 오류를 범한 것으로 보인다" 고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마지막 논문은 동아시아 통화위기와 관련해 태국의 통화위기가 거시경제 동질성, 금융시장 통합, 국제 기관투자자 관행, 무역 링크의 4가지 경로를 통해 파급됐을 수 있었음을 논리정연하게 설명한다.

이같은 전파과정에는 공감대가 클 것이다.

그러나 통화위기의 전파를 단절할 수 있었던 다른 동아시아 국가들 (말레이시아.필리핀.중국 등) 을 보면 국내에도 각종 구조적 요인들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점을 보다 강조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한편 저자는 IMF의 구조조정안이 금융위기를 해소하는 가장 유효한 방법이 아님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는 아마도 국익을 위해 당당하게 '노' 라고 말할 수 있는 한국인 학자의 면모를 보이는 대목으로 보인다.

수많은 국내외 학자들의 수많은 논문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의 경우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고 금융시장 개방을 추진할 수 있는 방법은, 아직은 해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점을 일깨우면서 저자 나름대로의 해결 실마리를 모색하고 있다.

많은 독자의 일독을 권하는 바다.

김병주 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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