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1614m 향적봉 문턱에서. 미나리아재비가 활짝 피어있었다.
글=손민호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한여름 덕유산은 관광지다. 정상 향적봉이 1614m나 되지만, 양산 받치고 샌들 신은 나들이객으로 향적봉은 늘 요란하다. 무주리조트에 설치된 곤돌라 때문이다. 덕유산은 녹록한 산이 아니지만, 겨울 스키어를 위한 곤돌라로 여름마다 관광지로 변신한다.
곤돌라에 올라탔다. 설천봉까지 16분이나 걸린단다. 곤돌라 바깥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오 전 사장이 가만히 입을 열었다.
“1995년 아니면 96년일 겁니다. 문화체육부 체육국장일 때 무주리조트가 세워졌어요. 97년 겨울 유니버시아드대회를 유치하고서 부랴부랴 국제 규모의 스키장을 지어야 했거든요. 환경보호단체에서 반대했던 게 생각나네요. 산허리 깎아서 스키장 만든다고. 그때 아주 혼났습니다그려, 허허.”
환경보전과 관광개발은 양립하기 힘든 가치다. 요즘엔 곤돌라와 케이블카가 문제다. 여러 지자체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 중이고, 환경훼손을 우려한 환경단체가 반대하고 있다. 오 전 사장의 생각은 분명했다.
“관광 선진국은 케이블카를 자연보호의 차원에서 바라봅니다. 두 발로 산을 오르지 않아도 정상을 밟을 수 있어서입니다. 훼손은 사람의 발길이 닿는 데서 시작하지요. 남미 안데스산맥에 가본 적이 있습니다. 산 허리와 다른 산 허리를 다리로 이어 놓았더라고요. 그 산은 새가 많기로 유명합니다. 관광객들이 그 다리 위에서 새를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무작정 막는다고 환경을 보호하는 게 아닙니다. 덕유산에 곤돌라가 없었다면, 장애인이나 노약자가 덕유산 정상을 밟을 수 있을까요?”
중봉에 서서 덕유평전을 내려다본다. 7월의 산은 온통 푸르르다. 오지철 전 한국관광공사 사장(左)과 안내를 맡은 이종승 승우여행사 대표.
덕유산은 세 가지 감각을 만족시킨다. 우선 시각. 탁 트인 시야가 거침이 없다. 다음으로 청각. 휘파람새 소리로 산은 온종일 시끄럽다. 덕유산엔 유난히 휘파람새가 많이 산다. 그리고 후각. 초여름 덕유산은 ‘적향’이라 불릴 만큼 향기가 강한 산라일락으로 가득하다. 달콤한 향수 냄새가 시원한 바람과 함께 몸에 스며든다.
1시간쯤 걸어 중봉에 올랐다. 덕유평전이 발 아래 시원하게 펼쳐져 있다. 그 아래 점처럼 보이는 게 사람 사는 마을이고, 덕유평전 뒤에 가로로 누운 마루금이 백두대간이다. 오 전 사장이 소감을 말한다. “산이 좋은 건 산에선 모두가 똑같아지기 때문이지요. 우리는 참 행복한 민족입니다. 이렇게 좋은 산을 많이 가지고 있으니까요.”
다시 곤돌라를 타고 산 아래에 도착하니 오후 2시30분. 곤돌라를 탄 지 5시간이 지나 있었다.
오지철=1949년 서울 출생. 81년 체육부를 시작으로 29년간 문화·체육·관광 부문에서 공무원 생활을 했다. 86년 아시안게임, 88년 서울 올림픽, 96년 2002 월드컵 유치 때 담당을 맡아 현장을 지휘했다. 문화체육부 차관,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정책특보 등을 역임했고, 2007년 11월부터 한국관광공사 사장을 맡다가 올 5월 유엔 세계관광기구(WTO) 사무총장에 출마했다 낙마한 뒤 사장직을 사임했다. 앞으로 한국 관광을 위한 봉사활동에 전념하며 살 생각이란다.
[이달의 등산 TIP] 등산스틱
평지 스틱이 발보다 먼저 가면 안 된다. 45도 각도로 뒤를 찍으며 그 추진력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두 팔을 동시에 찍지 않고 발과 맞추어 교대로 찍으며 전진한다. 오르막 발보다 조금 앞부분을 찍어 스틱에 의지하며 체중을 옮긴다. 가슴·어깨·팔 모두를 이용해 체중을 의지하는 게 좋다. 내리막 스틱 2개를 모두 사용하자. 박혀 있는 말뚝을 양손으로 잡고 내려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발 가까운 곳을 찍고 스틱을 앞뒤로 벌리며 걷는다.
자료 제공=LG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