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 38도…전국이 '이글이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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찜통더위와 열대야가 계속되면서 전국에서 더위로 인한 사고와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더위를 먹어 숨지는가 하면 일사병 환자도 속출하고 있다. 고속철도(KTX)까지 속도를 줄여 운행했다.


무더위에 숨이 턱턱 막힌다. 하루 종일 내리쬐는 땡볕과 복사열로 아스팔트마저 녹아내리는 듯하다. 서울 여의도에서 시민들이 부채와 양산으로 해를 가린 채 건널목을 지나고 있다. [박종근 기자]

◇인명피해=23일 오후 3시쯤 강원도 강릉시 옥천동 대로변 인도에서 박모(59)씨가 숨져 있는 것을 주민들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박씨가 뚜렷한 외상이 없고 술을 마신 점 등으로 미뤄 일사병으로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1일 오후 5시50분쯤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최모(23.무직)씨 집에서 최씨가 숨져 있는 것을 아버지(54)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간질을 앓고 있는 최씨가 최근 들어 무더위를 못 견뎌 했다는 가족의 진술로 미뤄 더운 날씨로 지병이 악화돼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같은 날 오후 6시쯤 대구시 달서구 용산동 대로변에서 환경미화원 이모(50)씨가 어지럼 증세를 보이며 쓰러져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씨는 이날 땡볕에서 7시간 가까이 대로변 청소를 하다 쓰러졌다.

동산병원 최우익(35) 응급의학과장은 "이씨가 열사병의 전 단계인 열 탈진 증세를 보였다"며 "열 탈진이 더 진전되면 40도 이상의 고열에 정신을 잃은 뒤 심장.중추신경계.신장 등이 손상돼 숨지는 열사병에 걸린다"고 설명했다.

제주소방서는 지난 10일부터 23일까지 더위에 실신하거나 탈진한 36명이 도움을 요청해 왔다고 밝혔다.

◇속도 늦춘 고속철도=철도청은 23일 오후 1시45분쯤 천안~대전 간 KTX 선로 온도가 57도까지 상승함에 따라 이 구간에서의 속도를 평상시 시속 300㎞에서 230㎞ 이하로 낮춰 운행했다고 밝혔다.

앞서 22일 오후 1시46분쯤에도 오송~신탄진 간 선로 온도가 56도까지 올라 속력을 시속 230㎞ 이하로 낮춰 운행했다. 이는 폭염이 계속될 경우 선로가 팽창할 우려가 있어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철도청은 선로온도가 55도 이상일 경우 시속 230㎞ 이하, 60도 이상이면 70㎞ 이하, 64도 이상이면 열차 운행을 중지하도록 하고 있다.

◇농가.산업체 피해=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하복리 한 양계장에서는 22일과 23일 이틀 동안 닭 3000여마리가 폭염으로 집단폐사했다. 강릉시 주문진읍 장덕리 모 양계장에서도 지난 21일과 22일 7개월 된 1000여마리의 닭이 출하 성수기를 앞두고 떼죽음했다.

제주도에서는 해안지대 콩.조의 잎과 줄기가 시들어가고 있고, 수박 등 일부 과일은 겉이 햇볕에 데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울산 현대중공업은 현장의 냉방기기 가동이 급증하면서 전력 순간 수요량이 설비 용량(14만3000kW)을 넘나들어 한때 일부 설비 가동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엔진주조공장과 프로펠러 공장의 제품 시운전을 전력수요가 적은 야간에 하고 있다.

포항 포스코는 용광로 등 현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은 땀띠가 나고, 무좀이 악화돼 고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회사 측은 의료진을 현장에 보내 혈압을 재고, 피부질환 유무를 확인하는 등 순회 진료를 시작했다.

강진권.홍권삼.양성철 기자<jkkang@joongang.co.kr>
사진=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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