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철]진통겪은 略史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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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잦은 설계변경, 노선.역사 위치 수정, 부실시공 등으로 누더기가 된 경부고속철도가 또다시 수정됐다.

경부고속철도 계획의 전면 손질은 이번이 세번째. 첫번째는 대전~천안간 시험선 구간을 착공한지 1년만인 93년 6월로 이때는 완공시기를 2001년으로 3년 늦추면서 사업비도 당초 계획보다 2.5배 늘어난 14조원으로 산정했다.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하 역사 대신 지상 역사를 이용하기로 했다.

지난해 9월 마련된 2차 수정안은 개통시기를 2005년으로 늦추고 사업비도 17조6천억원으로 늘렸다.

고속철도 신설구간은 서울~대구까지로 대구~부산간은 기존 선로를 전철화하기로 했다.

대구와 대전역사는 다시 지하화로 환원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10개월만에 다시 변경됐다.

국제통화기금 (IMF) 체제라는 경제난국을 맞아 사업추진 자체가 불투명했다가 이번에 1, 2단계로 나눠 개통키로 한 것이다.

결국 건국 이래 최대의 토목공사는 불과 6년동안 세차례의 대수술을 받으면서 일단 '고속철도+전철' 의 반쪽짜리로 조정됐다.

이 과정에서 노선만도 수차례 변경됐고 대전.대구 역사는 지하에서 지상으로, 지상에서 지하로 오르락 내리락 했다.

특히 경주노선의 경우 문화재 파괴를 우려한 문화계 인사들과 공정 차질을 우려한 건설교통부측의 줄다리기 끝에 당초 시내 통과에서 형산강노선→건천리노선→화천리 우회노선으로 97년 1월 확정됐다.

97년 2월에는 폐광지대가 발견된 상리터널 구간을 동쪽으로 5백여m 우회키로 했다.

이처럼 자주 변경된 것은 아무런 준비없이 졸속으로 착공하는 등 첫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 지난해 4월 미국 WJE사의 안전점검 결과 전체의 21%가 부실시공으로 드러난 가운데 지난해말까지 서울~대전간 25개 공구에서 44회의 설계변경으로 5천2백47억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경부고속철도에 투입될 고속열차 (TGV) 1편성 (20량) 은 지난 4월 18일 프랑스에서 시험주행을 마치고 우리나라에 반입돼 고속철도의 완공을 기다리고 있다.

박종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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