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업계 특수실종…휴가 늘었어도 돈드는 여행 포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3면

H건설 鄭모 과장은 승합차를 빌려 형님 식구.시골 부모님과 동해안을 다녀오려던 올 여름 휴가계획을 취소했다.

상여금 지급여부가 불투명해 짐에 따라 렌트카.콘도미니엄.기름값 부담이 만만찮아 집에서 '조용히' 보내기로 한 것. 올 여름은 전에 없이 썰렁한 휴가가 될 것 같다.

대부분 회사들은 인건비 절감을 위해 휴가 사용이 의무화하지만 호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다 보니 휴가 떠나기를 포기하는 직장인이 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그나마 휴가철 특수를 기대하던 자동차.항공.여행.호텔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여름 특수를 겨냥해 신차를 내놓은 자동차회사는 물론 중고차.렌터카업계와 항공.여행사까지 몸살을 앓고 있다.

예년의 경우 6월이면 동이 나던 주요 해외관광지행 항공권은 남아 돌고 있고 관광지 특급호텔들도 예약률이 뚝 떨어져 고민에 빠졌다.

◇기업은 수당을 휴일로 돌리고 있다 = 월급.보너스 삭감, 수당.복지비 폐지.축소에 이어 연월차 휴가에다 장기순환 휴가까지 실시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연초부터 한달간 무급 순환휴가에 들어간 LG애드는 지난해분 연월차까지 휴가로 돌리고 있다.

10년 근속 차장급이면 여름휴가를 합쳐 두 달간 쉴 수 있다는 것. 한달간 무급 안식휴가제를 실시중인 아시아나항공도 올들어 연월차를 휴가로 쓰도록 제도화했다.

광주하남산업단지 관리공단 조규웅 (40) 계장은 "입주업체들이 아직 휴가기간.지원계획 등을 확정짓지 못하는 등 분위기가 예년과 크게 다르다" 고 말했다.

◇몸살 앓는 자동차 관련 업계 = 완성차.중고차.렌터카 업계는 휴가철이라지만 예약문의 전화마저 뜸해 한숨만 짓고 있다.

현대.대우.기아자동차는 휴가철을 겨냥해 갤로퍼V6 (LPG).뉴무쏘.레토나 등 신형 4륜 구동 지프를 내놓았으나 별 반응이 없다.

장안평시장의 중고차 중개인도 "매년 휴가철 인기차종인 4륜 구동 지프가 올해에는 주차비만 축내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고 푸념했고 렌터카 신청을 받는 상담원은 "지난해에는 하루 종일 문의전화에 시달렸으나 올해는 하루 10통도 안온다" 고 말했다.

◇항공.여행.호텔업계의 특수 (特需) 도 실종 = 매년 20~40%씩 늘어나던 휴가철 해외여행객이 올해는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칠 전망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는 올들어 20여개 노선을 운휴.감편했는데도 항공권이 남아 도는 실정이다.

차진용.김준현 기자.광주 = 이해석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