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상의 전환으로 … 이 세상에 없는 것을 창조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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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디자인전문기업인 이노디자인이 ‘창조적 디자인 방법론’을 보유한 세계 10대 업체로 뽑혔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 계열 출판사인 닛케이BP는 지난달 10일 출간한 ‘디자인 리서치 방법론 10’에 유럽 7개, 미국 2개 업체와 함께 한국의 이노디자인을 선정했다.

선정된 회사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개념을 제시했을 뿐 아니라 그런 작업을 체계적으로 해내는 노하우를 갖춘 곳이다. 책을 엮은 ‘닛케이 디자인’의 시모카와 가즈야 편집장은 “첨단 기능을 넣고 색상·형태를 바꾸는 정도는 모델 체인지에 불과할 뿐”이라며 “존재하지 않던 것을 만들려면 ‘디자인 리서치’의 개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닛케이 디자인은 일본을 빼고 수상 실적 등이 있는 세계 유명 디자인 회사 중에서 디자이너와 학자들의 추천을 거쳐 10개 업체를 선정, 소개했다.

이노디자인의 경우 김영세(59) 사장이 철저하게 고객 입장에서 디자인하는 것에 주목했다. 발매 1년 만에 200만 개 이상을 판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라네즈 슬라이딩 팩트의 탄생 과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제품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은 김 사장의 부인이었다. 어느 날 김 사장의 부인이 운전하다가 ‘잠깐 얼굴을 보고 싶은데 기존 파우더는 꼭 뚜껑을 열어야 해 불편하다’고 한 말에서 힌트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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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사장은 표면에 거울이 달린 파우더를 고안했다. 파우더를 쓸 때면 슬라이딩 휴대전화처럼 열리게 만들어 ‘뚜껑을 여는’ 단계를 없앴다. 제품 디자인은 보통 제조업체에서 앙케트 등 시장 조사를 통해 상품기획을 한 뒤, 여러 조건을 달아 디자인회사에 맡긴다. 이미 목표가 정해진 이런 작업에서는 디자이너의 창조성이 살기 어렵다. 하지만 이노디자인은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제품 개념을 먼저 착안한 뒤, 제조 회사를 찾아가 제안하는 방식을 택한다. 아이리버의 MP3 플레이어 N10도, 삼성전자의 가로본능 폰도 모두 이렇게 탄생했다.

닛케이BP에 소개된 다른 업체도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제품과 개념을 창조한 회사다. 미국 아이디오(IDEO)는 어떤 제품을 극단적으로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계층을 집중 연구해 새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게 장기다. 예를 들어 자전거를 타본 적도 없는 극단적 소비자의 심리를 연구해 기어 조작이 필요 없는 신개념 자전거 ‘coasting bike’를 개발했다. 영국 탠저린은 나란히 있는 게 상식이던 항공기 좌석을 엇갈리게 배치해 공간을 넓힌 혁신적인 레이아웃으로 이름을 얻은 회사다. 덴마크의 건축 디자인 회사 AMO/OMA는 베이징의 CC-TV업체 신사옥 등 혁신적 건축물로 유명하다.

이승녕 기자

◆닛케이BP=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 계열사로 ‘닛케이 비즈니스’ ‘닛케이 디자인’ 등 40여 종의 전문잡지와 단행본을 내는 출판사이자 컨설팅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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