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성공했다]12.대규모 첨단施設로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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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첨단 영농시설을 활용한 유기농업으로 부농의 꿈을 일궈갑니다." 서울구파발에서 원당 방면으로 향하는 고양시덕양구동산동 310번 지방도로변 고양유기농업 영농조합 판매장은 수도권 주민들이 애용하는 유기농산물 구입처다.

이곳의 영업이사직을 맡고 있는 이강수 (李江洙.50) 씨는 베테랑 귀농 성공인으로 손꼽히는 인물. 지난 96년7월 유기영농을 하는 마을주민 5명과 1백48평 규모의 유기농산물 판매장을 만들어 대 히트를 치고 있는 李씨는 귀농한 지 13년 된 시설채소 농사꾼이다.

인근인 원흥동에서 그가 운영하는 8백평 규모의 대형 비닐하우스는 여러 면에서 이채롭다.

규모 면에서 일반 비닐하우스보다 8배 가량 크며 온도.습도조절은 물론 물주기.차광막 설치 등 대부분의 작업과정이 자동으로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시비 8백만원과 자비 8백만원을 들여 바닥 40㎝ 아래쪽에 보일러 시설을 설치해 겨울농사에 대비해 놓았다.

보일러를 설치하면 뿌리에서부터 열을 가할 수 있게 돼 작물의 생육을 촉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열효율 및 보온효과가 높아 겨울철 난방비를 30% 가량 줄일 수 있다.

시설채소 재배의 최대 승부처는 겨울철이라고 확신하는 그는 겨울철 과채류 값이 좋을 때 고품질의 농산물을 다량으로 생산할 수 있다면 승부가 쉽게 난다고 여긴다.

李씨는 79년까지 충남대전에서 잡화와 주류도매업을 하다 실패했고 장가들기전 고향인 충남부여에서 농사일을 조금 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유기영농을 하기위해 80년 경기도고양시로 귀농했다.

이곳을 택한 것은 유기농산물의 경우 서울과 접한 곳에서만 가능하다고 생각한 까닭이었다.

막상 내려오긴 했지만 논밭 한평도 가진게 없었던 李씨는 당시 건설붐이 일던 중동으로 3년간 나가 1천3백만원을 벌어 85년 귀국했다.

그는 곧바로 6백50만원을 들여 1천1백평의 밭을 매입해 유기농법으로 상추농사에 나섰다.

유기영농에 나선 것은 가족.이웃이 함께 먹는 농산물을 농약으로 기르고 싶지 않았던데다 과거 농사를 지을때 농약을 치면 몸이 몹시 아팠던 경험이 싫었던 탓도 있었다.

시작 당시만 해도 유기농업이 본격화하기 전이어서 농촌지도소를 드나들며 농약 구실을 하는 액비를 만드는 방법을 비롯해 계분 등에 효소를 넣어 자연산 발효퇴비를 만드는 방법 등을 귀동냥으로 배우며 농사를 지었지만 실패의 연속이었다.

시작후 2년 동안은 밭에 물이 많이 나와 고전을 면치 못하며 2천여만원의 빚을 지기도 했다.

이후 87년 인근에 발효퇴비공장이 생긴데다 밭을 복토하고 유기농업기술을 제대로 체득해가며 상추.시금치.열무.얼갈이 등을 길러 연간 2천만~3천만원의 소득을 꾸준히 올리며 기반을 다져왔다.

특히 11년째만인 지난 96년7월에는 국립농산물검사소로부터 유기농산물 품질인증을 받아 제값 받기에 큰 도움을 얻기도 했다.

또 소비자들과 직거래를 해야만 안정적인 고소득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그는 바로 이때 주민들과 함께 공동판매장을 개설했다.

성공기반을 다진 李씨는 한걸음 더 나가 첨단시설 조성에도 눈을 돌렸다.

때마침 정부에서 정책자금이 60%씩 지원돼 같은해 11월 국고지원 5천6백만원.농협 융자금 8백만원.자비부담 1천6백만원등 총 8천만원으로 8백평 규모의 자동화 비닐하우스를 조성했다.

이 시설 조성으로 인건비를 절반 이상 줄일 수 있었으며 상품의 질도 개선할 수 있었다.

대형 비닐하우스에서는 오이와 꽈리고추를, 1천3백평의 노지와 2백평의 소형 비닐하우스에서 상추와 부추를 각각 기른 李씨는 지난해에는 무려 5천만원의 소득을 올리는데 성공했다.

올해는 IMF한파로 채소류 가격이 폭락하고 있지만 4천만원 가량의 고소득을 예상하고 있다.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성공했지만 李씨는 인건비 절감을 위해 부인 김세규 (金世圭.50) 씨와 단둘이 농사를 짓고 있다. 0344 - 967 - 0790

고양 =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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