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성차별' 이색심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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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여자가 벗을 때와 남자가 벗었을 때, 어떤 차이가 있을까. 다소 엉뚱하게 느껴질 이 물음에 대해 방송위원회가 최근 재미있는 대답을 내놨다.

여자가 벗으면 '선정' , 남자의 나체는 '혐오' .

○…문제의 발단은 지난달 9일 방영된 MBC미니시리즈 '추억' .이날 방영분에선 공중목욕탕에서 김승우와 김창완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너머로 엑스트라의 전라 (全裸) 뒷모습이 보였다.

뒤이어 전파를 탄 최진실의 TV 첫 베드신.

○…이 두 장면을 심판대에 올린 방송위 연예오락 심의소위원회가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은 둘 다 유죄. 그러나 징계 사유는 달랐다.

"전라의 남자 뒷모습을 여과없이 노출한 것은, 방송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임. " "정사중인 인영 (최진실) 의 모습을 방송한 것은 선정적. " '경고' 처분 땅땅땅.

○…당초 베드신에 대해선 이창순PD와 최진실이 이구동성으로 "극의 흐름상 꼭 필요한 장면" 이라고 말했으나, 이에 대해 방송위 심의관계자는 "극의 흐름상 불필요한 눈요기" 라고 일축. 그는 남자 누드신에 대해선 "관심을 끌기 위해 삽입한 것 같은데, 혐오스런 느낌이었다" 는 소감을 밝혔다.

○…징계의 이유가 다르니 적용 조항도 두 가지. 남자의 경우, '방송은 출연자나 시청자에게 품위와 예의를 지켜야 한다' 는 방송심의에관한규정 제61조를 들었고, 여자는 제49조 2항 '방송은 성과 관련된 내용을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묘사하여서는 아니되며 성을 상품화하는 표현을 하여서도 아니된다' 를 적용했다.

○…만약, 거꾸로였다면 어땠을까. 여자의 벗은 뒷모습과 남자의 황홀경 장면. 이 경우 역시 '여자 = 선정' '남자 = 혐오' 판정을 받지 않았을지. 그렇다면 성차별 심의? 이 드라마에선 최진실 뿐 아니라 고소영.김승우.손창민 모두 한 번씩은 벗기로 되었다는 소문이 돌았으니 향후 판결도 궁금해진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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