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잠못이루는 '포항의 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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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장마도 지겨운데 웬 열대야 (熱帶夜) 까지…. " 전국적으로 연일 장마비가 내리고 있는 가운데 2일 밤부터 3일 새벽 사이 영남과 제주지방에서 올들어 처음으로 열대야 현상이 나타나 밤잠을 설치게 하는 등 짜증을 부추겼다.

여름철의 불청객 열대야 (tropical night) 란 심야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아 새벽까지 최저기온이 25도를 웃도는 현상. 보통 장마가 끝나는 시기인 7월 20일을 전후해 처음 발생하지만 올해는 평년보다 보름 빨리 찾아왔다.

기상청에 따르면 2일 밤부터 3일 새벽 사이 최저기온은 포항이 27도로 가장 높았으며 대구 (26도).제주 (25.8도).영천 (25.6도).울산 (25.5도) 등의 순이었다.

특히 포항의 경우 2일 최고기온이 32.5도를 기록한 뒤 오후 8시 29.2도, 오후 10시 27.6도로 기온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으며 3일 오전 1~4시 27도를 나타내는 등 평년보다 7.3도나 높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올해는 엘니뇨로 여름이 일찍 온데다 고온다습한 공기덩어리를 동반한 채 본격적인 찜통더위를 몰고 오는 북태평양 기단이 평년보다 20여일 빨리 한반도 전역을 덮으면서 장마철인데도 불구하고 일찌감치 열대야를 만들어냈다" 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장마기간이 끝나는 이달 중순까지 지역적으로 1~2차례 더 열대야 현상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연평균 열대야 발생일수는 전국적으로 보통 3~7일 정도. 그러나 90년대 이후 대도시의 경우 자동차 배출가스 등 대기오염 물질이 기온 상승을 부추기면서 뜨거운 공기가 도시를 섬 모양으로 덮는 '열섬현상' 까지 등장해 대구와 광주의 경우 연간 15일 안팎에 달하며 서울도 10일이 넘는다.

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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