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의 방중]중국 시각…大國 도약의 발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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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한마디로 알찬 수확을 거뒀다는 게 중국측 평가다. 특히 물적 측면보다는 심적인 측면이 그렇다. 중국은 클린턴 대통령의 방중으로 경제적인 면에선 큰 재미를 못봤다.

세계무역기구 (WTO)가입 지지문제는 다음 협상으로 넘어갔고 영구 최혜국 (最惠國.MFN) 대우 부여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또 무역역조 시정 압력에 밀려 미국 제품 사들이기에 바빴다. 단지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수도 있다는 여운을 남김으로써 불편한 심기를 토로한 정도다.

중국이 성과로 잡는 부분은 다른 데 있다. 21세기에 진입하기 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국 (大國) 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다졌다는 데 커다란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 첫째가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실천단계로 진입시켰다는 점이다.

전략적 동반자관계 구축의 제1조건은 상호 적대관계 해소. 중.미가 핵미사일 상호 조준을 해제키로 합의한 것은 곧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실제적 행동이다.

지난해 장쩌민 (江澤民) 주석의 미국 방문을 계기로 시작된 냉전 후의 새로운 틀짜기가 실행단계로 돌입하는 성과라 할 수 있다.

둘째는 언제나 중국을 괴롭혀온 '인권.민주' 등 문제와 관련, 이제는 미국과 공개석상에서 토론을 벌일 정도로 자신감을 찾았다는 점이다.

과거 생각도 못했던 일들이 이번 클린턴 방중기간에 벌어졌다.

천안문 (天安門) 사태 처리를 나무라고 인권신장.달라이 라마와의 대화를 촉구한 클린턴의 발언이 중국 전역에 생중계됐다.

베이징대에서의 강연도 생중계됐다.

이를 놓고 클린턴이 인권신장을 외치며 대륙을 누볐다는 평가에 대해 중국은 거부감을 갖고 있다.

중국은 클린턴의 말이 만일 지나치다면 중국인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것이고 반대로 톤이 약하다면 오히려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과감히 생중계를 결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는 클린턴을 천안문광장에 세운 점이다. 중국은 이 부분에 대해 크게 만족하고 있다. 천안문 환영행사를 빌려 클린턴을 천안문광장에 세움으로써 10년 가까이 중.미관계 악화의 진원지였던 천안문사태의 망령을 떨쳐버리고 21세기의 새로운 협력관계로 나아갈 발판을 마련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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