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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정진석 서울대교구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물질적인 면만 추구한 결과 IMF사태까지 불렀습니다.

가난했던 옛날에도 가정의 행복은 지켰지요. 그런데 요즘에는 돈이 없으면 가정이 쉽게 깨어져요. 배금사상이 남아 있는 한 행복을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

지난달 29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에 착좌한 정진석 (鄭鎭奭) 대주교는 1일 서울 명동성당내 서울대교구청 회의실에서 기자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정신적 가치의 회복을 역설했다.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불평만 할 것이 아니라 가족간 대화를 되찾으려고 노력하면 오히려 경제위기는 인간다운 삶에 눈뜰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鄭대주교는 앞으로 가족사목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한가지 아이디어로 그는 'TV의 노예가 아니라 TV의 주인이 될 것' 을 제안했다.

비가 내리는 1일에도 명동성당 입구의 언덕에는 어김없이 농성자들이 천막을 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우리 사회에 '성역' 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이 빠지지 않았다.

"법도 그렇고 그 법을 운용하는 사법행위 또한 완전무결할 수는 없지요. 인간사회에서는 언제나 억울한 사람들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럴 때 하느님께 호소할 장소는 어딘가 있어야겠지요. 그러나 그 성역에서도 국민 전체가 공감하는 '양심' 만이 보호를 받아야겠지요. "

평양교구장 서리이기도 한 鄭대주교는 남북통일에 대해서 "북한도 하느님이 사람에게 부여한 기본적인 인권을 존중하는 나라가 돼야 한다" 며 "그런 방향으로 통일이 될 수 있도록 천주교도 한몫하고 싶다" 고 말했다.

이어서 "교구장을 하면 보통 5년에 한번 꼴로 지역을 구석구석 도는데 평양교구장으로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는 바램을 덧붙였다.

서울교구장 착좌전 봉직한 청주교구 앞마당에는 개나리.장미.사철나무.단풍나무 등이 무성하다.

鄭대주교는 그 모두를 자신의 손으로 심고 가꿨다고 설명했다.

나무를 가꾸는 마음으로 세상을 가꿔보겠다는 뜻이다.

한편 鄭주교는 지난달 29일 학교법인 가톨릭 학원의 제2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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