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학재단 이경숙 이사장 “내년부터 장학금 정보 원스톱 서비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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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받을 수 있는 270만 개의 장학금 목록을 총망라해 현지 학생은 물론 유학생도 활용할 수 있는 장학금 종합 데이터 베이스(www.scholarship.com)가 있다. 이 사이트가 소개해주는 장학금은 190억 달러(25조 원)를 넘는다. 이런 거대 장학금 DB가 내년부터 한국에도 만들어진다.

한국장학재단 이경숙(사진) 이사장은 최근 “현재 고2 학생이 대학에 진학할 때는 경제 사정에 관계없이 원하는 대학을 가는 데 필요한 학자금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장학금을 DB화하고, 이들이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신적 멘토링 제도도 도입하겠다”라고 밝혔다. 한국장학재단은 한국학술진흥재단·한국과학재단·주택금융공사 등 기존 국가 장학사업 및 등록금 업무를 통합한 국내 최대 장학기관으로 지난달 발족했다. 기금이 3조 2000억원에 이른다. 올해 1월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마지막으로 공직에서 떠나 대한적십자회에서 강연·봉사활동을 하다 지난달 7일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 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나 자신이 장학금으로 대학에 다니고 유학까지 마쳐 지금 이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며 “노숙자로 살다가 최근 하버드대에 합격한 미국 여학생 카디자 윌리엄스 같은 인물을 많이 길러내기 위해 임기 3년간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학재단은 각종 장학금을 DB화해 제공하는 원스톱 종합정보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고등학생 3학년이 자신의 성적과 집안 경제 사정, 그리고 희망 대학(전공)과 장래희망 등을 홈페이지에 입력하면 대학 졸업 때까지 드는 교육비를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이를 이용하면 무상장학금·민간장학금·학자금 대출 순으로 이용 가능한 장학금이 자동으로 안내된다.

이 이사장은 학생들의 리더십을 길러주는 멘토링 제도도 도입할 계획이다. 그는 “하버드 케네디 스쿨의 리더십 훈련센터 같은 리더 양성소가 한국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숙명여대 총장 시절 만들어 특화했던 ‘리더십 커리큘럼’을 장학재단에도 도입할 계획이다.

“기업가 1명이 학생 10명을 1년간 맡아 일주일에 한번 만나 취미활동도 하고, 꿈을 함께 세우는 캠프도 열게 할 계획입니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이은우 부회장, SK 김신배 부회장 등 멘토링에 뜻이 있는 기업 CEO와 대학교수들을 9월까지 100명 모집할 생각입니다.”

멘토들이 올해 정부의 학자금 대출을 받는 70만 명, 장학금 수혜자 15만 명 중에서 꿈과 적성이 비슷한 학생을 선정해 개인 지도를 하도록 연결할 예정이다. 나머지 학생은 ‘CEO 특강’을 통해 꿈을 키우도록 도울 방침이다.

이 이사장은 “매일 CEO와 점심·저녁을 먹으며 하루에 두 명씩 설득하고 있다”며 “멘토링은 정부 돈으로 할 수 없어 CEO들에게 민간 장학금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을 맡았을 때 구상했던 ‘청년리더 10만 명 프로젝트’도 장학재단에 도입했다. 장학재단에 ‘봉사 마일리지’를 도입해 학자금을 제대로 갚지 못하는 학생이 한국국제협력단(KOICA)·세계적십자사·유엔 등에서 봉사하면 이자를 감면하는 제도도 도입할 예정이다. 저소득층 학생들이 좀 더 큰 세계를 볼 수 있도록 돕는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장학재단의 대구 이전과 관련, 그는 “내년 초부터 장학서비스 센터를 비롯한 일부 기능부터 대구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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