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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은 관광객을 불러오는 주요 인프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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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기와·와당을 모은 서정호 공주대 교수는 아산 배방읍 휴대리에 자비로 대지 1600평 규모의 기와박물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조영회 기자

천안 신방동의 서정호(48) 공주대 문화재보존과학과 교수 집은 거실은 물론 방마다 온통 와당·기와 천지다. 곧 지어질 ‘기와박물관’(가칭)에 옮겨져 전시될 것들이다. 서 교수는 자비를 들여 아산 배방읍 휴대리에 박물관 건립을 추진 중이다. 아산시에 건립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5400만㎡(1600평) 대지에 박물관을 짓고 잔디광장·야외공연장을 갖춰 종합 문화체험시설을 만들 생각이다. 서 교수는 “박물관은 지역의 대표적인 관광문화자원으로 고부가가치 인프라가 될 수 있다”며 “특히 기와박물관은 전국에서 유일하다”고 말했다.

그는 박물관을 철저한 체험공간으로 꾸미려고 한다. 발굴도 해 보고 기와·토기도 직접 제작해 볼 수 있게 한다. 또 기와연구소를 만들고 박물관 대학을 진행해 연구와 교육이 함께 이뤄지는 박물관을 탄생시킬 것이다.

서 교수는 일본 큐슈대에서 한국 고건축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역사박물관·성남토지박물관 자문위원을 역임했고 현재 공주대 백제문화원형복원센터 소장, 경기도 문화재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서교수는 고건축 및 문화재 수복기술 전문가로 천안 불당동 선사유적지를 재현하기도 했다.

기와박물관 건립은 5개년 계획으로 완성된다. 우선 내년 상반기 박물관을 짓고 연차적으로 지역문화홍보관, 박물관 연구소와 각종 체험교육시설을 짓는다.

그는 “기와박물관이 지어지면 온양민속박물관과 짝을 이뤄 아산의 주요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며 “공주의 경우 국립공주박물관, 석장리구석기발물관, 민속극박물관, 웅진교육박물관, 계룡산자연사박물관 등 여러 박물관이 있어 관광객 발길을 오랫동안 잡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가 20여 년간 모은 유물은 주로 기와(瓦)와 옛 벽돌(塼)이다. 글이 새겨진 명문 기와도 여럿 있다. 고구려 장군총·천추총 부근에서 주운 기와도 있다. 장군총은 고구려 장수왕 무덤으로 알려져 있다. 기와는 무덤 앞 사당 건물의 것으로 추정된다. 이같은 유물을 수습할 수 있었던 건 한중 수교직후 남보다 먼저 중국 동북부 지방을 여행한 덕이다. 평양의 낙랑시대 벽돌무덤에서 나온 벽돌도 있다. 중국으로 흘러 나온 것을 구입한 것이다. 백제시대 와당(수막새 기와) 중에는 보령 성주사터에서 발굴된 산스크리스트어 범(梵)자 표기된 것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와는 20대 초반 대학생(단국대 건축과)때 부여 부소산성에서 주은 인장 기와다.

서 교수는 “요즘 옛 기와 값이 크게 올라 예전과 달리 구입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문양있는 벽돌은 1500만~2000만원까지 호가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소유한 유물을 돈으로 환산하면 20억원은 될 것”이라고 추측했다. 삼국 및 조선시대 기와류는 국대 최대량을 소장하고 있다. 그 밖에 고려 청자, 조선 백자도 다수 있다. "재산이 재벌급”이라고 말하자 “팔지 않을 건데 비싸면 뭐하냐”고 했다. 그의 ‘기와 열정’에 기증자들도 있다. 몇해 전 경기도의 한 레스토랑 주인이 사람얼굴이 조각된 200년 전 인면(人面)기와를 기증하기도 했다.

박물관에 기와 및 도자기 가마를 만들 계획이다. 도자기 가마는 공주 반포면 계룡산도예촌의 이재황씨가 조성해 주기로 했다. 서 교수는 ‘환벽문화재보존회’를 운영 중이다. 매월 한번 가족 단위 회원들을 인솔해 절터 등 유적지를 방문한다. 회원은 100명 남짓이다.

조한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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