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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입시, 강남·목동권 반응은

중앙일보

입력

외고 입시, 강남·목동권 반응은
“내신에서 불리해지면 또 다른 사교육 받아야”

“한영외고를 목표로 준비했어요. 그런데 내신성적이 발목을 잡으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죠. 워낙 내신 경쟁이 심해 성적은 좋지 않지만, iBT 토플 110점에 각종 경시대회에서 상을 받는 등 열심히 노력했거든요.” 중학교 3학년 딸아이의 외고 입시를 앞두고 송정화(가명·47·강남구 청담동)씨는 고민에 빠졌다. 2010학년도 서울권 외고 전형요강의 가장 큰 특징은 내신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외고의 경우 수학·과학 과목의 가중치를 수학은 3배, 과학은 2배를 넘지 않도록 조정했고 내신실질반영률도 지난해 평균 46%에서 57%로 강화했다. 지난해 중학교 1학년 아들을 유학 보내고 기러기 아빠가 된 김영섭(43·송파구 잠실동)씨는 “교육열이 상대적으로 높은 강남권에서는 내신이 불리할 수 밖에 없지 않냐”며 “내년에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는 아이가 내신의 장벽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사교육을 받아야 할 것이 자명하다”고 말했다.

입시에서 내신을 강화하면 상대적으로 영어 실력이 우수한 학생들이 많이 모인 강남권 학생들에게는 불리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사교육을 잡기 위해 학생들을 하향 평준화하려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외고에서는 내년부터 수업의 난이도를 조정해야 하는 실정. 명덕외고의 한 관계자는 “내신이 강화되면 실력이 높은 목동권의 학생들이 탈락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장 수업의 수준을 낮춰야 한다는 얘기죠. 조심스럽지만 외고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안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수한 학생을 선발, 국내외 명문대학에 많이 보냈던 외고로서는 타격이 아닐 수없다.

청솔학원 CS교육컨설팅 이종서 이사는“대학입시에서 특목고 학생들에게 유리한 전형이 확대되고 있다”며 “지역제한과 내신강화 방침 등으로 외고 진학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은 강남권과 목동지역 학생들이 대입에서도 불리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외고에서 내년부터는 학생들의 변별력 확보를 위해 입학사정관제 도입 등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지 않겠냐”며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은 내신만 집중하지 말고 꾸준히 실력을 쌓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라일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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