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성공했다]'컴퓨터 공부방' 김영덕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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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외환위기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지난해 12월 중순. 전직 학원강사였던 김영덕 (金永德.29) 씨는 '용감하게도' 경기도 안성에 컴퓨터 공부방을 차렸다.

'괜한 짓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시작할 때의 불안도 이제 6개월이 지나 35명으로 불어난 어린이 회원과 불황치곤 괜찮은 수입으로 사라졌다.

대학 (공주사대) 을 마친뒤 학원에서 2년간 수학을 가르치다 미국으로 1년간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귀국후 취업을 할까 생각해 봤지만 여의치 않았다.

결혼을 생각해야 되는 나이이기에 결혼 후에도 가정생활과 병행할 수 있는 업종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

그녀가 내린 결론은 '컴퓨터 공부방' .

우선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근처에 있는 주택가를 물색, 20평짜리 집을 월25만원에 빌렸다. 방 1개는 개인용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방 2개를 컴퓨터 공부방과 자습실로 꾸몄다.

이외에 1백70만원대의 최신 기종인 MMX급 펜티엄급 컴퓨터 5대, 프린터 2대, 컴퓨터 책상 등 시설구입비로 1천만원 가량이 들었고 체인 가맹비와 초기 소프트웨어팩 등 7백만원, 집 빌릴 때 든 임대보증료 5백만원 해서 2천만원이 약간 넘는 비용이 소요됐다.

그래도 변두리 지역이라 집 빌리는 데 비용이 적게 소요된 편이라는 게 金씨의 설명. 金씨가 운영하는 컴퓨터 공부방은 한마디로 각종 학습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를 이용해 초.중학생들이 스스로 학습하도록 만들어 놓은 곳이다.

방과후 주로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이 이곳에 들러 하루 1~2시간씩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컴퓨터를 보며 자율학습을 한다.

이때 金씨의 역할은 일반 학원처럼 직접 지도하는 게 아니라 감독하는 역할 정도만 한다.

따라서 보습학원 허가같은 것은 필요없으며 개인사업자로 등록하면 된다.

이렇게 다소 생소한 개념의 공부방을 홍보하기 위해 金씨는 학원강사 시절부터 알던 학부모들을 몇차례 초청, 기존의 학원과는 달리 컴퓨터를 이용해 아이들이 재미있게 스스로 공부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알렸다.

월 회비도 10만원으로 저렴하게 받았다.

이렇게 해서 하나 둘씩 늘던 회원이 벌써 35명. 월 수입은 평균 2백50만원 선이다.

"회원 규모는 지금이 적당하다고 생각해요." 직원없이 혼자서 학생들의 수업이 끝나는 오후 3시부터 8시까지 근무하는 金씨는 회원을 많이 모집하기 보다 일단 가입한 어린이가 재미를 붙여 오랫동안 하는 것이 학생과 주인 모두에게 좋다고 말한다.

"비싼 최신형 컴퓨터나 학습프로그램을 구입하기에 부담되는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습니다.

자본도 크게 부담되지 않고 주부부업으로도 괜찮을 것 같구요. " 金씨의 창업 소감이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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