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김훈씨 주말 하이킹 동행 뒷얘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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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훈(61)씨는 과묵할 것 같은 인상이지만 실제로는 유쾌한 편이다. 휴게소마다 쉬어가긴 했지만 왕복 40㎞, 4시간 여의 주말 하이킹이 끝난 후 김씨 작업실에서 멀지 않은 한 식당에서 소주 몇 잔을 들이키고 나자 특유의 유머 감각을 발휘했다.

이날 하이킹은 김씨와 사진작가 이강빈씨, 출판사 관계자, 기자 등 4명이 다녀 왔다. 제주도 산 돼지고기를 파는 식당 안. 종업원이 오기 전 김씨, 호기롭게 "항정살 뭐 이런 거 시키지 말고 맛있는 거, 특수 부위 시키자"라며 분위기를 띄웠다. 옆에 앉은 출판 관계자, "김 선생님과 자전거를 탄 후 점심을 함께 하면 항상 선생님이 계산하신다"고 했다. 아랫사람들이 계산하려다가는 '혼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정작 종업원이 잠시 후 가져다 준 고기는 삼겹살이었다. 삼겹살이 특수 부위?

중요한 건 부위에 상관 없이 고기 맛은 일품이었다는 거다. 고기도 고기겠지만 다들 시장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씨가 아끼는 자전거로 화제가 돌아갔다. 알려진 대로 김씨의 자전거 이름은 '풍륜(風輪)', 즉 '바람을 맞는 바퀴'다. 그에게 대중적인 인기를 가져다 준 산문집 『자전거 여행』을 보면 그는 풍륜을 2000년 퇴역시켰다. 물론 낡아서다. 이날 김씨는 "지금 타고 있는 건 '풍3'"이라고 했다. '풍륜 3호'란 뜻이다. 김씨의 자전거는 상당한 고가로 알려져 있다. 가격을 물어 봤다. 그는 "자전거 몸체는 '트렉(trek)' 제품이고 나머지 부품들은 구입을 알아서 해주는 분들이 여기저기서 사다가 조립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또 자신의 자전거는 "소문처럼 고가가 아니다"라고 했다. 김씨, 말했다. "'중저가'라고 소개 해."

김씨의 문학세계를 가장 포괄적으로, 또 정확하게 표현한 글은 비록 '홍보성' 문안이긴 하지만 장편 『칼의 노래』 속날개의 글이라고 여겨진다.

"그에게는 생의 양면적 진실에 대한 탐구, 생의 긍정을 배면에 깐 탐미적 허무주의의 세계관, 남성성과 여성성이 혼재된 독특한 사유, 긴장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매혹적인 글쓰기로, 모국어가 도달할 수 있는 산문 미학의 한 진경을 보여준다는 평이 따른다."

그는 특히 문체와 작품의 주제는 분리할 수 없다고 믿는 스타일리스트다. 하지만 누군가의 표현대로 '전압' 높은 그의 글들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김씨는 "나는 형용사, 부사도 가급적 쓰지 않고 주어와 동사로만 이뤄진 문장을 쓰려고 노력하는 데 내 문장을 '현란하다'거나 '수사학적'이라고 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글이 결코 쉽게 읽히지 않는다는 데는 동의하는 편이다. 김씨는 어디에선가 왜 자신의 글이 인기가 있는 것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다는 취지의 말을 한 적이 있다.

김씨에게 '증거'를 가져다 댔다. 그의 글이 '수사학적'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서였다.

"『칼의 노래』 1권 39쪽에는 '여진은 나와 마주치자 마당에 쓰러져 울었다. 몸 안으로 밀어넣으려는 울음소리가 몸 밖으로 밀려나오고 있었다'라는 문장이 나온다. 보통의 소설 문장이라면 '여진은 울음을 있는 힘껏 참아내려 했으나 끝내 새어 나왔다' 정도가 될 텐데, 선생은 달리 표현하시니 수사학적이라는 분석이 따르는 것 같다."

김씨는 대답했다. "지적한 문장은 수사학적인 게 아니라 과학적인 거다. 울음을 참으려 하지만 결국 터져나오는 힘에 밀리는 양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려 한 거다."

김씨는 결국 '사실의 세계'를 주관이나 정서를 배제한 채 '드라이하게' 표현하고 싶은 듯 했다. 가령 '울음을 참으려 했으나 결국 터져나왔다'는 진술은 소설의 관찰자 또는 작가가 눈 앞에서 벌어지는 현상을 그대로 옮기는 것 같지만 일말의 주관적인 느낌이나 판단이 포함돼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면에서 김씨의 문장은 그의 주장대로 보다 '관찰적'이다.

신준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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