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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술 길잡이]베이컨 '新논리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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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영국의 대사상가, 근대 귀납법의 창시자, 영국 유물론의 시조, 아는 것이 힘이다 - 고교생들에게 프란시스 베이컨에 대해 설명하라면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지식은 4지선다형 문제에 필요할지는 모르나 논술에는 별로 필요가 없다.

논술에 필요한 것은 단편적 지식의 암기가 아니라 그 내용을 조금이라도 읽어보고 이해하는 것이다.

베이컨의 '신 (新) 논리학' 도 이 가운데 하나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 기반해 당시 가톨릭 교리에 얽매여 있던 학문을 근본적으로 혁신하고자 집필한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핵심은 '연역법' 이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 소크라테스도 사람이다, 따라서 소크라테스도 죽는다' 는 삼단논법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같은 연역법은 새로운 지식을 전해주지 못한다.

'모든 사람이 죽는다' 는 명제 속에는 '소크라테스도 죽는다' 는 사실을 이미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독단을 낳을 수도 있다.

중세시대에 지식은 절대자에 대한 형이상학으로부터 연역된 것이다.

실제로 경험적으로 확인해보면 쉽게 알 수 있는 말 (馬) 의 이빨 수마저 연역적으로 추론하려 했다.

그러나 16세기 당시 인쇄술.화약.나침반을 비롯한 과학기술의 성과를 바탕으로 자본주의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더는 형이상학적이고 연역적인 지식은 설득력을 지닐 수 없었다.

베이컨은 독단적 연역체계에서 벗어나 관찰과 실험에 의한 세계의 재해석을 모색했던 것. 이 책에서 가장 유명한 부분은 과학적 인식을 가로막는 편견을 지적한 '우상론' .인간중심적인 편견으로 자연 속에서 이상적 질서를 자의적으로 만들려는 '종족의 우상' , 각 개인의 좁은 경험을 절대화하는 편집적 사고를 가리키는 '동굴의 우상' , 언어가 갖는 기만성을 지적한 '시장의 우상', 기존 사상이나 학문의 권위를 지칭한 '극장의 우상' 이 그것이다.

이보다 적극적인 방법은 귀납법. 예를 들어 열이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 있는 경우에 열의 정도와 분포를 조사해 열운동에 대한 일반적 법칙을 추론한다는 것이 그가 설명한 귀납법의 핵심이다.

심지어 수학까지도 귀납적 지식이 아니어서 믿을 수 없는 것이라 주장했다.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명제가 보여주듯 그는 이같은 지식을 바탕으로 자연을 지배할 수 있고 세계를 진보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출제될법한 논제는 두가지다.

하나는 '우상론' 에 해당하는 오늘날의 예를 소개하고 그것을 타파하기 위한 방법을 물을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연역법과 대비해 귀납법이 갖는 의의와 한계에 대한 논제도 출제할 수 있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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