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부끄러운 공짜재미 SW 공든탑 허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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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지난 96년 9월의 일이다. 아직 시판되지도 않은 개인용컴퓨터 (PC) 통신용 프로그램 '이야기7. 3' 의 불법복제판이 대량으로 PC통신상에 나도는 바람에 개발업체인 큰사람정보통신이 발칵 뒤집혔다.

일부 전문가들에게 평가판을 돌렸는데 이 중 하나가 통신망을 통해 유출되면서 수만명이 불법복제한 것. 이 바람에 '이야기7. 3' 의 판매가 이전 제품인 '이야기7. 0' 의 4분의 1 수준인 5만카피에 그치면서 회사는 심각한 경영난을 겪었다.

'아래아 한글' 의 몰락배경에는 한글과 컴퓨터사의 방만한 경영외에도 불법복제가 한몫 했다는 지적이 높아지면서 다시 지적재산권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매년 국내에서 판매되는 PC는 2백만대에 육박하지만 정작 90년 이후 지금까지 한글과컴퓨터사가 판매한 '글' 정품은 2백만카피에 불과하다.

전체 워드프로세서 사용자의 80%가 글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점을 감안하면 정품을 구입한 사람은 전체의 10~30%에 불과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불법복제 실태 =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가 지난해 개인을 제외한 기업체.학원.PC판매상 등 대규모 수요자를 대상으로 불법복제를 단속한 결과 56.3%가 소프트웨어를 복사해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속업체는 95년 43개에서 96년 1백51개, 97년 7백20개 등으로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다 개인의 불법복제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의 불법복제율은 70% 정도로 추정된다.

미국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회 (BSA) 와 소프트웨어재산권보호위원회 (SPC)가 발표한 세계 주요국의 불법복제 실태에 따르면 한국의 불법복제율은 96년 70%로 나타났다.

95년 76%보다 조금 낮아지기는 했지만 미국 (27%).일본 (41%) 등 선진국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수법도 대담해져 새벽녘쯤 PC통신에 접속하면 "수백만원짜리 프로그램을 장당 3만원에 팝니다" 는 안내와 함께 은행계좌번호까지 알려주는 기업형 불법복제까지 등장했다.

◇피해 규모 = 다국적 경영컨설팅그룹인 프라이스 워터하우스는 최근 '한국경제에 대한 소프트웨어산업의 기여' 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에서 불법복제로 날리는 돈은 매년 7천7백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워터하우스의 데이비드 걸리 이사는 "한국이 불법복제율을 미국 수준인 27%까지 낮출 경우 2001년까지 2만8천3백27개 이상의 새로운 일자리와 1조5백60억원의 세입 (稅入) 을 올릴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대책 = 정부와 업계는 지속적인 홍보와 강력한 단속을 통해 불법복제를 근절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불법복제 신고 핫라인 (080 - 023 - 7600) 을 개설하는 한편 컴퓨터프로그램보호회와의 공동캠페인.순회설명회 등을 강화하기로 했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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