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무비리 수사 중간발표 의미와 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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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원용수 (元龍洙) 병무비리' 에 연루된 7명의 청탁 장성 중에는 길형보 3군사령관 (대장).이남신 기무사령관 (중장) 등 군수뇌부가 포함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더구나 육군사병을 양성하는 핵심 부대장인 정화언 논산훈련소장 (소장) 도 연루돼 병무비리의 고질적인 단면을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몇몇 고위장성들은 아들의 병역문제를 하급자에게 직접 청탁한 것으로 밝혀져 군의 기강을 스스로 허물어뜨렸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국방부는 명단 공개에 상당히 고심했음을 내세운다.

수사관들은 이들 장성이 계급의 힘으로 압력을 넣지 않았고, "금품을 수수한 경우도 발견되지 않았다" 고 역설한다.

다분히 관련 장성을 대신한 해명조다.

그럼에도 축소.은폐수사의 오해를 없애고, 군 최고통수권자인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의 성역없는 수사지시에 따라 단순 병무상담도 공개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병무에 대한 고위장성의 '상담' 은 하급자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외압' 으로 바뀌는 계급사회의 특성을 감안할 때 단순 청탁으로만 보기 힘들다.

따라서 연루된 장성들은 청탁의 경중을 떠나 어떤 형태로든 책임문제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군 내부의 대체적 여론이다.

군이 가장 고민하고 있는 부분은 吉3군사령관과 李기무사령관을 포함한 장성들의 처리문제. 吉.李 두 사령관은 새 정부 들어 발탁된 핵심인사여서 이들을 인사조치하면 새 정부의 도덕성에 흠이 생기고 군 관리에 차질이 생긴다는 것이다.

때문에 천용택 (千容宅) 국방장관은 이들의 처리 수위를 놓고 고심해왔다.

하지만 발표내용으로 미뤄 볼 때 군의 동요를 막기 위해 인사조치나 사법처리대상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이 사건을 마무리할 것으로 보인다.

사법처리된 장성은 元준위로부터 1천5백여만원을 상납받은 하영포 부관감 (준장) 한명이다.

나머지 장성들은 사안의 경미함 때문에 보직해임 등의 징계가 어렵다는 게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최소한 아들의 병무청탁에 관여한 장성들은 적극적인 청탁 흔적이 발견되면 상응한 인사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군 내부에 있다.

또 이들 장성의 권위가 떨어져 부대지휘의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측면 때문에 후속 인사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 4월 군 인사에 이은 또다른 군 물갈이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불법으로 병역면제된 민간인은 다시 징집하고, 청탁으로 편한 보직을 받은 사병은 전방이나 야전으로 재배치할 방침이다.

청탁으로 카투사에 선발된 경우는 육군으로 원대복귀시켜 전방사단 등으로 보내질 전망이다.

김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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