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렇게 부농됐다]11.경기도양평 성영락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경기도양평군용문면오촌리 성영락 (成暎洛.42) 씨의 양어장은 용문산 주변 계곡에 자리잡고 있다.

한여름에도 시원한 산바람과 계곡물로 인해 서늘한 한기가 느껴져 냉수어종 양식에 천혜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成씨는 경기도에서 성공한 양식업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지난해 2억원의 매출을 올린 그는 올해 은어 10만 마리, 산천어 2만 마리, 송어 1만 마리를 키워 2억6천만원의 매출액을 올릴 계획이다.

成씨는 84년 4월 이곳에 정착했다. 당시 나이 28세. 한창 나이에 연고도 없는 곳에 혈혈단신 들어온 그의 사연은 남다르다.

경북영천이 고향인 그는 대구에서 고교를 졸업한 뒤 서울의 명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지만 부친의 사업실패로 1학년을 마치고 학업을 중단했다고 한다.

제약회사에 취직한 그는 어릴 적 꿈꿔오던 전원생활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현실에 적응할 수 없음을 깨닫고 회사를 그만뒀다.

成씨는 고민 끝에 국내 최고의 양어전문가가 되기로 결심, 달랑 1백만원만 들고 세계 최고의 양식업 선진국인 일본 유학길에 나섰다.

접시닦기 등 어렵게 아르바이트를 하며 도치기현 소재 구로이소 수산학교에서 2년 동안 양식업을 배우고 돌아왔다.

무일푼이었던 그는 은행.수협에서 빌린 4천만원을 가지고 땅 2천평을 사들여 4백평의 양어장을 직접 만들었다.

당시만 해도 양식업은 초기단계여서 어디서도 제대로 된 양식 정보나 기자재를 구할 수 없어 애를 먹었다고 한다. 어렵게 송어 새끼 1만마리를 구해 양식을 시작했다.

평균 1년6개월이 지나야 성어가 되는 송어는 맑고 시원한 물이 일년내내 나오는 용문면의 지리적 이점 등으로 큰 탈 없이 잘 자라줬다.

갑작스런 수온 상승으로 애지중지 길러온 송어 3천마리가 떼죽음 당하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정성을 드리면 하늘도 감동한다' 고 85년 10월 7천마리를 첫 출하할 당시 송어값이 마리당 (1㎏) 1만원으로 치솟으면서 그는 단숨에 빚을 모두 갚을 수 있게 됐다.

이 때부터 그는 장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안정적인 판로 확보를 위해 양식장과 음식점을 동시에 운영키로 하고 70평 규모의 음식점을 만들었다.

이후 成씨는 평균 3만마리의 송어를 기르며 도매공급 및 음식판매 등으로 95년말까지 연평균 7천여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양어장 규모를 6백평으로 늘렸다.

그는 또 90년대 들어 송어의 인기가 시들할 조짐을 보이자 92년부터 1급수에만 사는 고급 민물고기인 은어.산천어 등으로 어종을 변경키로 하고 시험 양식에 들어갔다.

96년부터 치어 5만 마리를 구해 은어 기르기에 들어간 그는 지난해 3월에는 수온 조절은 물론 먹이공급까지 자동으로 조절되는 1백30평 규모의 첨단 은어 양식장을 만들었다.

지난해 6월 그는 경기도내 은어양식장 대표로 뽑혀 10여년만에 일본의 양식장을 다시 방문, 최신 정보를 얻었다. 그는 나름대로 '성공 가도' 를 달려온 비결은 철저한 대비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특히 양식업의 생명이나 마찬가지인 맑고 시원한 샘물을 얻기 위해 전국의 유명한 지하수 개발 전문가들을 초빙해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양질의 지하수를 확보한 것이 밑바탕이 됐다고 소개한다.

여기에다 끊임없이 전문서적을 찾아 읽고 정보를 수집하는 등 과학적인 양식에 힘써온 것도 주효했다고 강조한다. 연락처 0338 - 73 - 3884.

양평 = 전익진 기자

<이것이 성공비결>

◇남에게 맡겨선 실패 = 생물인 물고기는 환경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한순간에 폐사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남의 손에 맡겨 관리할 경우 비상사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모든 노하우를 본인 스스로 터득하라.

◇사업 전에 모든 기술 습득해야 = 생산 기간이 평균 1~4년 소요되는 양식업은 한번 실패하면 재기하기 어렵다.

시작하기 전 전문가의 조언이나 독학.교육을 통해 거의 완벽한 양식기술을 익혀야만 한다.

◇자금·판매 확보는 필수 = 치어를 기르는 초기 몇년 동안은 단 한푼도 만져볼 수 없기 때문에 충분한 운영자금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