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전국정당 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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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미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여당의 '전국정당화' 를 강조하고 있다.

정계개편의 명분도 "동서분단을 극복하고 전국적 지지기반을 가진 정당을 만들기 위한 것" 이 됐다.

따라서 여권 내부에선 이 명분에 걸맞은 정당을 만들기 위한 궁리로 분주하다. 국민회의가 '동진 (東進)' 을 위해 이미 착수했거나 발진 준비중인 방안은 크게 세가지. 비호남권 인사의 영입, 정계개편을 통한 영남세력과의 제휴, 국회의원 선거에 독일식 비례대표제 도입 등이 그것이다.

물론 개혁을 지지하는 젊은층 등을 대거 흡수, 지역확산 노력과 병행하는 방안도 강구되고 있다.

미시적 차원의 의원 영입은 말 그대로 영남권 및 수도권 지역의 한나라당 의원을 가급적 많이 끌어들여 호남 이미지를 탈색시키자는 것. 이 작업은 이미 어느 정도 결실을 맺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7.21 재.보선과 관련, 최근 동교동계 일각에서 제기된 '영남 교두보론' 도 전국정당화와 맥이 닿아있다.

당선가능성이 떨어지더라도 국민회의 후보를 대구.부산에 공천, 영남권으로의 진출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실 국민회의에선 이런 구상의 일환으로 이미 6.4지방선거에서 자민련 지지기반인 충청권의 기초단체장.광역 및 기초의원 등을 공천, 상당한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아울러 여권 핵심부는 지도체제 개편과 관련, 공동대표제도 검토 중이다.

TK (대구.경북) 쪽에 뿌리를 둔 거물인사를 공동대표로 영입, 호남 일색의 지휘부에 타지역 체취를 가미하자는 얘기다.

일각에서 이수성 (李壽成) 평통수석부의장 등을 공동대표 후보로 거명하는 것도 이런 배경이다.

정계개편의 큰 그림인 국민회의와 국민신당, 그리고 한나라당내 영남세력과의 대통합 구상도 결국 동서분할구도 타파가 궁극적 목표다.

국민회의는 국민신당과의 통합을 통해 비호남계의 새로운 피를 공급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지역연합 또는 세력연합 방식을 통한 정계개편 구상도 같은 맥락. 지역연합방식은 한나라당 TK와, 세력연합 방식은 한나라당 민주계 내지는 PK (부산.경남) 와의 제휴를 통한 지지기반의 확대가 목표다.

선거제도의 개혁을 통한 전국정당으로의 변신도 추구하고 있다.

16대 국회의원 선거 때부터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배경이다.

독일식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원수를 줄이는 대신 지역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원을 선출, 영남권내에서도 후보를 상당수 당선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되고 있다.

한나라당도 호남지역에 당선자를 낼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구상의 상당부분이 아직은 논의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金대통령이 지난 16일 어느 때보다 강력한 전국정당화 의지를 밝힘에 따라 이들 전략들이 곧 가시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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